‘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박민영을 향한 서강준의 심쿵 취중진담이 안방극장을 기분 좋은 두근거림으로 가득 채웠다.
지난 25일 방송된 JTBC 월화드라마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이하 ‘날찾아’) 2회에서 목해원(박민영)과 임은섭(서강준)은 한층 더 가까워졌다. 과거 완료됐다던 은섭의 감정은 현재진행형이었고, 해원은 다시 보게 된 은섭의 일상에 조금씩 스며들었다.
아직도 심한 두통에 시달릴 정도로 지친 해원은 동창 이장우(이재욱)의 초대로 은섭이 운영하는 북클럽의 새 회원이 됐다.
자칭 혜천시청의 숨은 보석 장우와 은섭의 동생 임휘(김환희)를 비롯해, LED 조명 아저씨 배근상(이태형), 랩이 하고 싶은 소녀 권현지(추예진), 문학 감성 충만한 전업주부 최수정(이선희), 세상 다정하고 따뜻한 할아버지 정길복(이영석)과 손자 정승호(한창민)까지, 이들 클럽 회원들은 일주일에 한 번, 열일 제쳐두고 은섭의 굿나잇 책방에 모여 책을 읽었다.
새해 첫 독서회에서 겨울하면 생각나는 구절을 나누던 회원들. “인생은 나에게 술 한 잔 사주지 않았다”라는 정호승의 ‘술 한 잔’이라는 시는 바쁘고 치열하게 사느라 마음 한편에 깊은 외로움이 도사리고 있던 해원에게 담담한 위로를 전했다.
난로에 구운 귤 하나를 가지고도 세상 행복하게 웃을 수 있는 따뜻한 사람들을 보며, 얼어붙은 해원의 얼굴에도 드디어 잔잔한 미소가 피어 올랐다. 그렇게 닫혀있던 해원의 마음의 빗장이 조금씩 열렸던 탓일까. 해원은 은섭에게 “옆집에 살면서도 전혀 친하지 않은 게 이상했다”는 친구의 말을 전하며, 아주 조금이지만 은섭의 기억이 떠오른다며 다가갔다.
은섭은 달랐다. 해원이 서울에서 혜천고로 전학 온 그날부터, 음악을 잘 한다는 이유로 수업 시간에 불려나와 피아노를 연주했던 순간까지, 10년 전 그 시절 은섭의 노트를 채우고 있었다. 그의 기억 속엔 오로지 해원만이 담겨있었다. 조금은 서운했던 그날, 은섭은 해원이 그때 연주했던 피아노곡을 들으며 잠들었다.
그런데 해원이 ‘굿나잇 책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겠다며 찾아왔다. 그렇게 일상을 공유하게 된 두 사람의 온기에 책방엔 몽글몽글한 분위기가 살며시 펴지기 시작했다.
그 분위기를 싸늘히 가라앉힌 건 맥주를 들고 책방을 찾아온 장우의 입에서 나온 김보영(임세미)의 소식이었다. 과거 절친이었지만, 어떠한 ‘오해’로 틀어져버려 보영이 해원과의 오해를 풀고 싶다 장우를 통해 전해 온 것. 해원은 “난 그 말이 정말 싫어. 오해라는 말”이라며 다시금 차갑게 식어버렸다.
전학 온 첫날, 낯선 공간에서 누구보다 어색해하고 있는 해원에게 아무 거리낌 없이 먼저 다가온 건 보영이었다. 그 후로 서로의 비밀을 털어놓을 정도로 절친이 됐지만, 보영은 한순간에 해원의 엄마가 남편을 죽인 살인자라는 비밀을 전교에 소문 낸 주범이 돼있었다.
친했던 만큼 배신감과 상처도 컸던 해원은 그 날의 일을 떠올리며 씁쓸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
아린 회상을 마친 해원의 앞에는 어느새 술에 취해 비몽사몽한 은섭이 있었다. 맥주 두 캔에 취한 은섭이 귀여워 그 모습을 가만히 보고만 있었던 해원. 순간 “네가 와서 정말 좋아”라는 은섭의 취중진담에 방심했던 해원의 가슴이 두근댔다. 심장이 말랑말랑해지는 두 사람의 밤은 그렇게 천천히 지나갔다.
다음날 평소보다 더 화장에 신경을 쓰고 일찍 책방으로 간 해원. 맥주 두 캔에 취한 은섭을 놀리며 화기애애한 두 사람 앞에 보영이 나타났고, 북현리를 적시던 장대비처럼 해원의 마음에도 폭풍우가 쏟아져 내렸다.
한편 ‘날찾아’ 매주 월, 화요일 오후 9시 30분 JTBC 방송된다.
진주희 기자 mint_pea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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