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과 밤 모두 집단생활하니 감염병 극도 취약
병원 수익ㆍ환자 선호, 법적으로도 문제 없어
“온돌방 입원실 운영하는 정신병원 많아…사각지대 여전”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사망자 9명 가운데 경북 청도군 청도대남병원 폐쇄병동에서만 6명이 발생한 것과 관련, 그 이유가 온돌방에서 밀집된 생활을 하다 감염병이 확산된 탓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다닥다닥 붙어 생활하다 보니 바이러스가 퍼지기 최상의 여건이 됐다는 얘기다. 집단 감염 이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중증으로 악화됐고 사망자가 속출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24일 복수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청도대남병원 폐쇄병동 입원실이 침상이 아닌 ‘온돌방’으로 운영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병원 정신과 폐쇄병동에 입원한 환자들이 집단으로 바이러스에 감염됐고 사망자가 속출한 근원적 이유가 생활 여건에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온돌방 병실이 감염에 취약할 수밖에 것은 환자들이 다닥다닥 붙어 생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입원실을 온돌방으로 운영하고 있는 정신병원에서 근무했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A씨는 “대개 온돌방 입원실은 8~9인실로 운영되는데 환자들이 낮에는 방에서 생활을 하고 밤에는 매트나 요를 깔고 잠을 잔다”며 “환자가 많을 때는 20명까지 수용하는데 솔직히 입원실이 아니라 집에 갈 수 없는 환자들이 장기투숙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한 명이 감염될 경우 삽시간에 퍼질 수밖에 없는 생활 여건인 셈이다.
현행법상 정신병원의 온돌방 입원실 운영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정신의료기관의 입원실 시설은 의료법이 아닌 정신건강복지법에 의해 관리된다. 이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정신병원 입원실 규모는 ‘바닥면적’에 의해 계산되는데, 입원실에서 환자 1명이 사용할 수 있는 입원실의 바닥면적은 6.3㎡ 이상이다. 환자 2명 이상이 사용하는 입원실 바닥면적은 환자 1명당 4.3㎡ 이상이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대신정)임원 B씨는 “정신병원은 의료법 시행규칙에서 정하고 있는 ‘의료기관 종류별 시설기준’에 포함되지 않아 입원실을 온돌방으로 운영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의료기관 종류별 시설기준에 포함된 종합병원, 병ㆍ의원, 요양병원 등은 입원실에 최대 4병상(요양병원은 6병상)을 설치할 수 있는데, 병상 간 거리(이격)는 최소 1.5m 이상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C씨는 “온돌방 입원실은 병원과 환자의 이해가 맞물려 손을 보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대규모 병원 내 감염사태를 차단하기 위해 온돌방 입원실 문제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신병동이 감염병 관리의 사각지대가 된 데에는 법적으로 허용되는 점과 더불어 수익만을 좆는 병원, 환자들의 이해관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인천의 한 정신병원은 지난해 폐쇄병동을 개선하면서 온돌방 입원실을 없앴다. 감염병 예방 차원에서 한 것은 아니라는 설명. 이 곳에서 근무하고 있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D씨는 ‘온돌방 입원실은 감염병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그간 없었나’라는 질문에 “아무도 문제 제기를 하지 않으니 관행적으로 온돌방을 운영한 것”이라며 헛웃음을 지었다. 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도 “구체적인 수치를 밝힐 순 없지만 폐쇄병동을 운영하고 있는 정신병원의 다수가 아직도 폐쇄병동 입원실을 온돌방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정작 대남병원 측은 운영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청도대남병원 측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신천지예수교회(신천지) 교주인 이만희 총회장의 친형이 사망 직전까지 입원 치료를 받았고, 정신병동 입원환자들이 지난달 22일부터 지난 13일까지 외박, 외진, 면회 등 총 25차례 외부와의 접촉을 통해 신종 코로나에 집단 감염이 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