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ㆍ1 운동 100주년을 하루 앞둔 2019년 2월 28일 저녁 충남 천안시 유관순 열사 사적지 앞에서 열린 아우내 봉화제에서 참석자들이 손에 횃불을 들고 대한독립만세를 외치고 있다. 류효진 기자

2020년은 1919년 3ㆍ1운동이 일어나고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민주공화국’을 선포한 지 101주년이 되는 해다. 새로운 전환기인 만큼, 국가 발전 방향에 대한 토론이 필요하다. 특히 ‘조국사태’에서 드러난 대립과 분열 및 국민 상식의 파괴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리 헌법은 1948년 제헌헌법 이래 1987년 현행 헌법까지 9차례 바뀌었지만 전문에서 ‘3ㆍ1운동’이 빠진 적이 없다. 그 이유는 우리 헌법은 일관되게 대한민국 민주공화국의 탄생의 근거를 1919년 3ㆍ1운동의 혁명적 성격에서 발현한 헌법제정권력의 권위에서 정통성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원로 역사학자 강만길 교수는 지난해 모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3ㆍ1운동의 성격을 ‘공화주의 운동’이라고 설명하였다. 강 교수는 “3ㆍ1운동은 독립운동인 동시에 공화주의 운동이다. 우리는 중국 신해혁명 같은 것 없이 식민지로 전락했지만 3ㆍ1운동이 일어나 임시정부가 수립됐고, 비로소 공화주의가 시작되었다”라고 언급했다.

3ㆍ1운동이 ‘공화주의 운동’으로 평가되는 만큼, 참여자들의 현황을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한국독립운동지혈사>를 쓴 박은식 선생의 기록에 의하면 당시 한반도 전체 인구의 10%나 되는 202만여명이 만세시위에 참여했으며, 7,500여명이 살해됐고, 1만6,000여 명이 부상을 당했으며, 체포ㆍ구금된 수는 무려 4만6,000여명에 달했다. 이 같은 숫자는 3ㆍ1운동이 한국인들 모두가 두루 참여한 거국적 운동임을 보여 준다. 남녀, 지역, 계층, 연령, 종교의 차이를 허물고 동참한 점은 그 유례가 없다.

3ㆍ1운동의 성과는 크다. 우선 독립선언을 국제사회에 천명했다는 점이다. 독립선언의 천명은 1943년 카이로 선언에서 미ㆍ영ㆍ중이 “조선인의 노예 상태에 유의하여 독립시킨다”는 구절이 포함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런 피 어린 독립운동으로 인해 조선이 사할린, 오키나와, 대만 등과 같이 강대국의 일부로 편입되지 않고 독립국가로서 국제 위상을 지킬 수 있었다.

마침내 3ㆍ1운동의 큰 성과는 ‘대한민국’의 수립으로 이어졌다. 애국 시민들은 새 나라의 주체를 3ㆍ1운동에서 찾아냈다. 새 나라의 체제는 국민이 주권자가 되는 ‘민주제’이고, 황제나 왕을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은 ‘공화제’로 이어져 ‘민주공화제’의 탄생으로 연결되었다. 3ㆍ1운동의 혁명적 성격을 구체화한 것이 1919년 4월 11일의 ‘대한민국 임시헌장’이고, 그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 함”이다. 임시헌장 제1조는 100년간 우리나라 헌법 제1조로서 굳건하게 지속되었다.

1세기가 지난 지금 민주공화국의 가치들이 제대로 구현되고 있는지 자문을 해보면 좋다. 정치경제적 양극화의 폐해가 빈부 격차만이 아니라 일상생활과 국민 정서에까지 스며들어 갑질, 금수저와 흙수저, 헬조선이란 단어가 횡행하고 있다. 또한 일베, 메갈리아, 워마드, 레디컬 페미 등 왜곡된 성 대결이 확산되고 있어 ‘남녀, 귀천 및 빈부의 계급이 없고 일체 평등한 대한민국’(임시헌장 3조)이라는 비전의 거울에 비춰 보기도 약간은 민망하다. 정치권에서는 친일 대 반일, 친북 대 반북, 민주 대 반민주, 보수 대 진보 등 낡은 패러다임에 기초한 분열적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이런 행태의 반복은 조선의 ‘당쟁문화’를 닮았다. 이것은 갈등의 제도화와 국민 통합을 추구하는 민주공화국의 정신인 공화주의와 거리가 멀다. 그 분열의 핵심에는 ‘위정척사’라는 ‘진영논리’가 있다.

대한민국은 왜 ‘민주국(democracy)’이 아니라 ‘민주공화국(republic)’일까? 민주공화국 건설 경로에 대해서도 토론이 필요하다. 민주화가 시작된 지 30년이 넘어가고 있다. 1단계인 ‘민주단계’가 어느 정도 달성된 만큼 이제는 2단계인 ‘공화단계’로 이행하는 게 적절하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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