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감염병 전문가들은 24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방역 전략을 지금의 ‘봉쇄 전략’에서 ‘완화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신천지 집단 감염 사태 이후 지역감염 증가로 코로나19를 원천 봉쇄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워진 측면이 있는 만큼, 코로나19로 인한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정부의 방역 체계를 전환해야 한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 주재로 범의학계 전문가 초청 간담회 형식으로 진행된 이날 수석ㆍ보좌관회의에서 성균관대 의대 교수인 배경란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은 “감염이 한 지역에서 상상 이상 크게 발생했다”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완화 정책을 신속히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백 이사장은 “대구ㆍ경북 지역, 부산ㆍ경남 지역까지 완화정책을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림대 의과대 교수인 김동현 한국역학회 회장은 “왜 중국이 우한 봉쇄 정책을 쓸 수밖에 없었는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지역 주민들로 하여금 전파되지 않는 행동방식을 만드는 데 강조점을 두자”며 “완화 정책을 쓰려면 시민사회의 협조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가천의대 길병원 교수인 엄중식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 정책이사는 “지금은 중증환자, 사망자를 얼마나 줄이느냐가 중요하다”며 경증환자 진료와 관련한 특단의 대책을 주문했다. 엄 이사는 “무조건 병원에서 봐야 한다는 발상을 버려야 한다”며 “병원 부담이 증가하다 자칫 중증환자 한 명에 청도 대남병원처럼 전체병원을 감염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중국 우한에서 철수해 입국한 교민들처럼 특정시설에서 자가격리 하고, 거기에 의료진이 가서 진료해주면 병상확보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피해 최소화를 위한 구체적 제언도 이어졌다. 고려대 의대 교수인 정희진 대한항균요법학회 부회장은 “확진자 중 중증환자 치료 병원의 역할을 지방자치단체가 빨리 지정해서 진료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남대 의과대 교수인 허탁 대한응급의학회 이사장은 “중증 코로나 환자들을 상급 기관으로 전원(다른 병원으로 이송) 시킬 때, 일부 병원이 병원 보호 차원에서 전원을 꺼리고 있다”며 콘트롤 타워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어린이집ㆍ유치원에 더해 초ㆍ중ㆍ고 개학 연기 등으로 인한 돌봄ㆍ보육 공백과 관련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서울대 의대 교수인 최은화 대한소아감염학회 부회장은 “아이들은 나이 많으신 조부모가 돌보는 경우가 많은데, 코로나19에 취약한 연령에 해당하는 어르신이 많다”며 “부모가 가정에서 돌볼 수 있게 직장에 유급 휴가가 도입되도록 힘써 주시길 부탁 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토론을 마무리하며 “방역에서 여전히 중요한 것은 조기 발견”이라며 “조기 발견 사례는 치료가 잘 되는데, 발견이 늦어져서 감염이 많이 진행된 경우 치명률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범대위와 질본, 지자체, 민간 의료기관, 나아가 국민까지 하나가 돼서 각자가 방역 주체라는 생각으로, 같은 마음으로 임해야 할 때”라며 “(전문가들이) 상황이 끝날 때까지 정부와 민간을 이어주는 역할을 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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