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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깨고 나온 하승우, 데뷔 4년 만에 존재감 ‘반짝반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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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깨고 나온 하승우, 데뷔 4년 만에 존재감 ‘반짝반짝’

입력
2020.02.24 16:29
수정
2020.02.24 19:03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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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카드 세터 하승우. KOVO 제공.
우리카드 세터 하승우. KOVO 제공.

우리카드의 백업 세터 하승우(25)가 오랜 침묵에서 깨어나 팀의 창단 첫 우승을 향한 발걸음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하승우는 23일 경기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2019~20 V리그 KB손해보험과의 경기에서 선발 출전해 팀의 세트스코어 3-0(25-18, 25-19, 25-22)을 이끌었다. 펠리페와 나경복, 한성정으로 이어지는 3각 편대가 이날도 위력을 발휘했지만, 이들에게 적절한 공을 배급한 하승우의 경기 조율 능력이 눈에 띄었다. 하승우는 이날 전매특허인 반 박자 빠른 ‘스피드 토스’로 상대 블로커를 교란하며 공격수들의 부담을 덜었다. 우리카드는 하승우가 선발 출전한 최근 3경기에서 모두 승리했다. 하승우는 24일 본보와 전화 통화에서 “제일 좋아하고 자신 있는 것이 빠른 토스다”라며 “아직 부족한 부분도 많은데 공격수들이 도와줘 경기가 잘 풀렸다”라고 말했다.

지난 23일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KB손해보험과의 원정 경기서 속공 연결을 하고 있는 하승우. KOVO 제공.
지난 23일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KB손해보험과의 원정 경기서 속공 연결을 하고 있는 하승우. KOVO 제공.

하승우는 최근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지만 지난 2016년 우리카드에 입단, 벌써 4시즌째를 맞는 ‘중고 신인’이다. 2016년 신인드래프트 당시 ‘세터 최초 1순위’로 KB손해보험에 입단한 황택의(24)에 이어 2순위로 지명된 ‘유망주’다. 하지만, 지난 세 시즌 동안 선발 출전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입단 이후부터 김광국(33)과 ‘삼성 왕조’를 이끌었던 베테랑 세터 유광우(35), 노재욱(28)에게 번번이 밀렸다. 올 시즌도 비슷했다. KOVO컵에서는 아예 출전조차 못했고 V리그 1라운드 때에는 세터가 아닌 ‘백업 리베로’로 벤치를 지켰다.

특히 데뷔 동기 황택의가 팀 주전을 넘어 국가대표 세터로 자리 잡는 모습을 코트 밖에서 씁쓸하게 지켜봐야 했다. 하승우는 “입단 당시 ‘택의와 실력 차를 인정했지만 프로에서 격차를 줄여보겠다’고 장담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더 벌어져 버렸다”면서 “택의가 부럽기도 했고, 스스로 반성도 많이 했다”라고 털어놨다.

그런 하승우에게 기회가 왔다. 우리카드 주전 세터 노재욱이 허리 부상으로 빠지면서 선발 출전 기회를 잡은 것. 생애 첫 선발 출전인 지난 16일 OK저축은행전에서는 세트 성공률 62.5%로 세터 본연의 업무에도 충실했을 뿐만 아니라, 서브 5득점과 블로킹 3득점 공격 1득점 등 무려 9득점을 올렸다. 특히 공격 1득점은 패스페인팅이 아닌 스파이크 득점이었다. 20일 KB손보전에서는 다소 주춤했지만, 23일 KB손보와의 재대결에서는 다시 세트 성공률을 55.2%까지 끌어올렸다. 날카로운 서브도 일품이다. 최근 3경기 서브 득점이 7득점이나 된다. 하승우는 “평소에도 서브엔 자신이 있는데 ‘원포인트 서버’로 교체 투입되면 안전하게 넣을 수밖에 없다”면서 “선발로 뛰면 마음 편하게 넣을 수 있어서 그런지 득점이 더 잘 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카드 세터 하승우. KOVO 제공.
우리카드 세터 하승우. KOVO 제공.

국가대표 명세터 출신인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도 하승우의 활약에 엄지를 세웠다. 신 감독은 “스피드 배구를 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 선수”라며 “최근 훈련에서 보여준 C퀵 토스는 예전의 나를 보는 것 같았다”고 평가했다. 하승우는 “형들이 ‘신 감독님에게 들었던 말 중에 최고의 극찬’이라며 축하해줬다”면서 “실제 기량은 아직 한참 멀었다. 더 열심히 하라고 일부러 칭찬해 주신 것 같다”라며 웃었다. 하승우는 이어 “지난 세 시즌 매번 허무하게 보냈다”면서 “지금 내 배구 인생에 가장 좋은 기회를 맞이한 것일 수 있다. 이번 기회를 잘 활용해 올 시즌 잘 마무리하고 이 좋은 감각을 다음 시즌까지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다짐했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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