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실시된 이란 총선에서 반미 보수파의 압승이 유력해지고 있다. 이란 의회(마즐레스) 총 의석 290석 중 3분의 2 가량이 강경 보수파의 몫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란 민심의 풍향계인 수도 테헤란의 30석을 모두 강경 보수파가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중도ㆍ개혁파가 테헤란 30석을 독식했던 지난 2016년 총선에서 판세가 정반대로 뒤바뀐 셈이다.
22일(현지시간) 이란 파르스ㆍ메흐르 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실시된 이란 총선에서 반미 보수 성향 후보 178명의 당선이 확실한 가운데, 전체 의석의 3분의 2까지 강경 보수파의 몫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중도ㆍ개혁파는 17석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테헤란뿐 아니라 에스파한, 후제스탄 등 다른 주요 도시에서도 보수 성향 후보가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다만 현 정부에 대한 불만과 실망감이 투표 ‘보이콧’으로 이어지며 선거 참여율은 저조했다. 이란 내무부 발표에 따르면 이번 총선의 투표율은 42%를 기록, 1979년 이슬람 공화국이 시작된 이래 가장 낮은 참여율을 보였다. 총선 예비 후보의 사전 자격을 심사하는 이란 헌법수호위원회가 개혁파 후보들의 피선거권을 제한한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공포, 미국발 경제 재제에 대한 불만 등이 모두 악재로 작용했다.
이번 총선으로 지난 4년간 중도ㆍ개혁파가 독식했던 의회를 보수파가 장악하게 되면서, 미국과 이란의 대립 골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아울러 보수파의 의회 장악으로 내년 5월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에서도 보수 성향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다시 말해 서방과 핵협상을 통한 경제 발전을 공약, 2013년과 2017년 연이어 승리한 하산 로하니 대통령의 협상을 추긍로 하는 온건 정책이 막을 내리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로하니 정부는 2015년 7월 미국·유럽과 핵협상을 타결해 서방의 대이란 제재를 완화하는 데 성공했지만, 2018년 5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핵합의(JCPOAㆍ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파기하면서 사실상 협상 전으로 회귀하고 말았다. 중도ㆍ실용 노선을 내세우며 극심한 경제난을 해결할 것으로 기대됐던 현 정부가 결국 별다른 성과를 내놓지 못하자 지지도가 떨어졌고, 강경한 반미 보수 세력이 반사이익을 얻게 된 것이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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