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아프가니스탄 무장반군조직 탈레반 간의 일주일 ‘임시 휴전’이 22일 자정(현지시간) 시작됐다. 이 기간 문제가 없을 경우 양측은 오는 29일 평화협정에 서명하며, 이후 아프간 정파 간 내부 협상도 시작된다. 18년간 이어진 아프간전을 종식할 첫 단계인 만큼 기대감을 모으고 있지만, 아프간 내부의 불안한 정치 상황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CNN방송 등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이날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 명의의 성명을 통해 “최근 미국 협상팀은 탈레반과 아프간 전역에서의 ‘폭력 감축’에 합의했다”면서 “오는 29일 탈레반과 평화협정을 체결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폭력 감축 조치는 정규군의 전투뿐 아니라 테러 등 각종 폭력행위를 모두 포함하며 향후 일주일간 이어질 예정이다.
이번 휴전은 미국과 탈레반이 평화협정 체결에 앞서 상호 신뢰를 확인하는 의미를 가진다. 특히 탈레반은 이 기간 내부 분파세력에 대한 통제력을 보여야 한다. 양측은 지난해 9월에도 평화협정 체결 직전까지 갔지만, 탈레반의 차량 폭탄 공격으로 미군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서명이 불발된 바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탈레반이 예정대로 29일 평화협정에 서명할 경우 탈레반과 아프간 정부 등 국내 정파들도 10일 이내에 휴전ㆍ평화협상을 시작하게 된다. 이 과정까지 순탄하게 진행되면 미국은 아프간 주둔 미군의 단계적 감축에 돌입할 예정이다. 취임 전부터 줄곧 아프간 철군을 공약해 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 병력 규모를 1만2,000여명에서 8,600명으로 줄일 방침이다.
그러나 미ㆍ탈레반의 협상 진전에도 불구하고, 아프간 내 정정 불안으로 인해 항구적인 평화 정착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 아프간 정부의 위상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대선 투표 결과가 5개월만인 이달 중순에야 발표될 만큼 정치적 혼란이 큰 가운데 아슈라프 가니 현 대통령의 재선이 확정됐음에도 정부 서열 2위인 압둘라 압둘라 최고행정관을 위시한 야권은 공개적으로 선거 결과에 불복하며 별도 정부 구성을 공언하고 있다. 게다가 탈레반은 진작부터 현 정부를 ‘미국의 꼭두각시’라고 비난하며 협상에서 배제해 왔다.
아프간의 안보 분석가인 하비브 바르다크는 중동 매체 알자지라 인터뷰에서 “아프간 정부는 탈레반과 마주 앉기에 앞서 일단 모든 정파를 아우르는 협상팀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면서 “무엇보다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대다수의 정치 엘리트들 사이에 신뢰를 쌓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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