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한국일보]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0일 오전 대검찰청에서 열린 제21대 총선 대비 전국 지검장 및 선거담당 부장검사 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한참 지난 일을 두고, 여의도와 서초동에서 아직까지 회자되는 미스터리가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가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정권의 ‘철천지원수’가 돼버린 윤석열 같은 인물이 어떻게 파격적으로 서울중앙지검장에 발탁되고, 검찰총장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었을까.

이런 해묵은 의문은 ‘큰맘 먹고 챙겨줬더니 내 편을 공격했다’는 진영 논리에 기댄 싸구려 정치권 배설에서 나온 게 아니다. ‘윤석열 스타일’에 대해 한번이라도 들어봤다면 그를 발탁할 일은 결코 없었을 것이란 상식적인 의문에서 출발한다. 이런 이야기는 윤석열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그의 스타일을 잘 안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이 자주 언급한다.

그들이 언급하는 윤석열 스타일은 비밀이 아니다. 그것은 검찰 안팎에선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졌고, 검사 임관 이래 한결 같아서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기질’ 같은 것이다. 그는 정의로운 검사로 알려졌지만, 동시에 위험한 인물로도 분류된다. 윤 총장과 인연이 없는 평범한 형사부 검사들뿐 아니라, 윤 총장 같은 ‘특수통’ 검사들조차 그는 위험인물로 인식돼있다. 그의 수사방식을 경험하고 공유했던 일부 인사들은 핏대를 세울 정도다. ‘윤석열’이란 이름 석 자만 들어도 치를 떨면서 말이다. 대기업 수사든, 정치권 수사든, 고위 공무원 수사든, 그는 늘 그랬다는 것이다.

윤석열 스타일을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그럴듯한 대의명분을 설정한 뒤 결론을 정해 놓고 수사한다’,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무지막지하게 수사한다’, ‘목표에만 집착해 절차를 무시하고 인권을 등한시한다’, ‘수사의 고수들이 깨닫는 절제의 미덕을 찾아볼 수 없다’, ‘보스 기질이 넘쳐 자기 식구만 챙긴다’, ‘언론 플레이의 대가이자 무죄 제조기다’ 등이다.

윤 총장은 동의하지 않겠지만 이런 평가는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그와 같이 일했던 동료들도 말하고, 그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도 익히 들어서 안다고 말할 정도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정무감각이 너무 없어서’ 자기 스타일대로 살아왔던 셈이다.

그런데 열거한 평판은 모두 문재인 정부가 싫어하는 것들이다. 검찰개혁을 논할 때도 빠지지 않고 나오는 혁파 대상이다. 그렇다고 윤 총장이 자신을 임명한 대통령을 특별히 배려한 것도 아니다. 적폐수사에 가려져 잊혀졌지만 그는 문재인 정권 초기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을 잡으려고 미국 대통령이 방한한 날 압수수색을 실시해, 청와대와 법무부를 열 받게 만들었다.

결국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윤석열 스타일을 청와대와 여당만 몰랐다는 게 미스터리 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말 몰랐는지는 의문이다. 아마 믿고 싶은 것만 믿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싶었을 것이다. 여권 내에서 ‘윤석열 바로보기’는 한동안 금기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여권 인사들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부터 국가정보원 댓글사건 특별수사팀장을 맡았던 윤 총장에게 무한신뢰를 보냈다. 당시 민주당 의원들은 윤 총장을 두고 ‘외압에 굴하지 않고 목숨 걸고 싸우는 검사’, ‘검찰 조직에서 가장 의리 있는 검사’ 등 온갖 수식어를 동원해 칭송했다. 야당 의원이던 문재인 대통령조차 당시 ‘민간인 사찰과 그의 주인’이란 책의 추천사를 통해 그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사람이 희망입니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진실을 비추는 불빛들이 있습니다. 윤석열 같은 분들입니다.”

이후 ‘최순실 특검’ 수사팀장, 적폐수사와 사법농단 수사를 거치며 윤 총장에 대한 칭송은 신화로 발전했다. 지난해 7월 인사청문회 때 민주당 의원들이 앞다퉈 윤 총장을 방어하던 모습은 현 상황과 비교하면 비현실적이란 느낌까지 주고 있다. 당시 한국일보 기자와 만난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은 “윤 총장을 모임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너무 멋있어서 그 뒤로 형님이라고 불렀다”며 자랑스럽게 말하기도 했다.

그랬던 청와대와 민주당이 느닷없이 윤 총장을 몰아 부치고 있으니 미스터리 하다는 것이다. 윤석열 스타일은 바뀌지 않았다. 그는 청와대와 민주당을 속이지도 않았다. 조국과 유재수를 수사하고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을 들춰낸 건 자기 스타일대로 간 것이다. 스타일을 지적하지 않고 사람을 믿은 정권이 순진했을 뿐이다. 기가 막힌 운명으로 역사에 남을 것 같다.

강철원 기획취재부장 str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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