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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원대 다단계 금융사기를 방조한 혐의를 받는 IDS홀딩스 회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금융사기를 주도하고 처벌을 받은 실질적 대표와 달리 명목상 회장에 불과하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지만, 피해자들은 법원 판결에 반발하고 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이상주 부장판사는 지난 19일 사기방조 등 혐의로 기소된 유모(64)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김성훈 IDS홀딩스 전 대표는 2011년 11월부터 2016년 8월까지 환율변동을 이용해 수익을 내는 홍콩 FX마진거래(두 나라 통화를 동시에 사고 파는 방식의 외환거래) 투자를 미끼로 1만2,000여명으로부터 총 1조1000억원을 모집한 혐의로 기소된 뒤, 2017년 12월 대법원에서 징역 15년을 확정 받았다.

2014년 1월부터 IDS홀딩스 및 IDS아카데미 주식회사의 회장을 지낸 유씨는 FX마진거래 중개사업과 관련해 사업수익을 돌려줄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알고서도 피해자들에게 총 53차례에 걸쳐 투자 명목으로 30억원 가량을 송금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 전 대표가 서울지역 18개 지점을 관리하면서 지점별로 지점장 이하 최대 10단계까지 이뤄지는 다단계 영업조직을 갖추고 다수를 상대로 사업설명회를 개최해 허위로 투자자들을 모집한다는 사실을 알고 방조한 혐의도 있다.

재판부는 그러나 유씨가 명목상의 회장에 불과해 범죄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명목상으로만 회장 직함을 줬을 뿐 유씨에게 결재나 보고 또는 회의참가 등 회사의 일상적 업무에 대한 관여를 하지 못하게 했다”는 김 전 대표의 일관된 진술을 받아들인 것이다. 재판부는 또 유씨가 직접 2억원을 투자하고, 누나와 매형에게도 30억원을 투자하게 한 것으로 미뤄봤을 때 유씨는 김 전 대표의 사기의도를 알지 못했던 것으로 봤다. 유씨가 IDS아카데미 행사에 정치인의 축사를 동원하는 등 아카데미의 정상적 운영을 가장한 혐의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회사의 일반적인 기념행사 진행에 관여했다는 사실만으로 유씨가 김 전 대표의 범행의도를 알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유씨의 무죄 판결에 피해자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피해자들을 대리해온 이민석 변호사는 "IDS 말단 모집책도 유죄를 받고 수감생활 중인데, 회장이 사기극을 몰랐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성토했다. 실제 IDS 사건으로 김 전 대표와 함께 국내 지점을 관리하던 지점장급 15명이 2018년 항소심에서 징역 5~10년의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되는 등 파장이 적지 않았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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