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진영과 경영권을 다투고 있는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의 강성부 대표가 “조원태 회장의 경영 기간을 포함해 한진그룹엔 총체적 경영 실패가 있었다”며 경영진 교체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과 이른바 ‘3자 연합’을 이루고 있는 강 대표는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을 ‘오너 중심 경영’과 ‘이사회 중심 경영’의 대결로 규정하며 조 전 부사장의 경영 참여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강 대표는 20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월 한진칼 주주총회 이후 임시주총은 생각하지 않는다”며 표 대결 승리를 자신했다. 이어 “수많은 주주들이 양치기 소년 같은 조원태 회장의 말에 서운해한다”며 “개인적으로는 지분 싸움에서도 이기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1시간여 진행된 발표에서 강 대표는 △오너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한 한진그룹의 경영난 △한진그룹의 기회 요인 △‘먹튀’ 자본이라는 시각에 대한 해명 등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강 대표는 사실상 부채에 해당하는 영구채를 포함할 경우 현재 861.9%에 달하는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1,618%로 치솟는다고 지적하며, 이는 외환위기 직전 대우그룹보다 더 높은 비율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높은 부채 비율은 현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강 대표의 주장이다.
이어 항공사는 리스크에 취약한 산업이라면서도 항공사를 플랫폼화하면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비전을 제시했다. “비행기 안에 12시간 동안 손님을 가둬 놓고 아무것도 못 팔았다는 건 팔 물건이 없거나 시스템이 없다”는 것이다.
KCGI를 ‘먹튀 자본’으로 여기는 인식에 대해서는 “펀드 설정 기간이 10년 이상으로 장기 투자를 원칙으로 한다”며 “현대시멘트와 이노와이어리스 등 KCGI가 투자한 회사들은 구조조정 없이 재기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한편 3자 연합 측 사내이사 후보 대표로 참석한 김신배 전 SK그룹 부회장은 항공 분야 경험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경영 불확실성의 시대에 CEO(최고경영자)가 지휘ㆍ명령하는 시대는 갔다”며 “항공산업 전문가인 현장의 임직원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CEO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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