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 대학원에 재학 중인 중국인 장모(27)씨는 지난 16일 중국 간쑤성에서 돌아오자마자 학교 인근 자취방에서 격리생활을 하고 있다. 급하게 생필품만 챙겨 부랴부랴 격리생활에 들어가긴 했지만 필요한 건 인터넷으로 주문해 쓰고 있어 당장 크게 불편한 건 없다. 장씨는 “교수님도 ‘별탈 없이 격리생활을 마치고 돌아와서 인사하자’며 격려해 줬다”며 “힘들긴 하지만 다른 이의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인 만큼 잘 견뎌낼 것”이라고 말했다.
봄 개강을 앞두고 고향에 갔던 7만여명의 중국인 유학생이 이번 주부터 차례로 돌아온다. 이들은 들어오자마자 2주간 격리생활을 하게 된다. 이 기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방역의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격리 조치 방식은 대학마다 다르다. 인천대는 중국 학생 전원을 별도 기숙사에 수용한다. 현재 중국 학생 23명이 기숙사에 머무르고 있는데 곧 돌아올 100여명의 학생이 추가로 기숙사에 들어와 격리생활을 하게 된다. 학교는 격리된 학생들에게 도시락 등을 제공하고 하루 3번 체온을 재 발열 여부를 확인한다. 장정아 인천대 재해대책본부 총괄 통제관(중어중국학과 교수)은 “기숙사 입소생들은 방 밖으로 나오지 않은 채 교직원들과 휴대폰 문자로 연락을 주고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에서 중국인 유학생이 430명으로 가장 많은 제주대도 기숙사 1개 동을 격리 시설로 운영한다. 중국인 유학생은 14일간 외출이 금지되며 도시락과 생필품을 대학에서 지원받는다.
반면 2,000~3,000명의 중국인 유학생을 둔 대학들은 중국 학생을 수용할 기숙사를 확보하지 못해 관리 방안을 세우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서울 주요 대학들은 일부만 기숙사에 격리하고 나머지는 자취방에 자가 격리하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경희대 관계자는 “기숙사에 수용하는 450명을 제외한 3,300여명(추정 인원)은 모두 자가격리 생활을 하게 되는데, 학교 직원이 전화, 메신저를 통해 매일 한번씩 발열 등 건강 상황을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전에서 가장 많은 중국인 유학생(1,164명)이 다니는 우송대도 신입생에 한해서만 기숙사에서 격리 생활을 하게 하고 나머지는 개강 후 4주 뒤에 입국하라고 안내했다.
중국인 유학생 중에는 몇 주 전 입국해 이미 격리 생활을 마친 이들도 있다. 최근 자가격리를 끝낸 인하대 재학생 A씨(23)씨는 “한국 정부와 학교 측 조치에 공감하지만, 격리가 끝나 신종 코로나 전염 위험이 해소된 유학생들은 차별하지 않고 평소처럼 대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이처럼 격리 조치가 대학마다 다르게 이뤄지다 보니 방역 효과가 크지 않을 거란 지적도 없지 않다. 최근 연세대는 중국인 유학생 등을 별도 건물이 아닌 현재 학생들이 거주하는 기숙사에 격리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ㆍ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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