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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통법 비웃는 자급제 스마트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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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통법 비웃는 자급제 스마트폰

입력
2020.02.21 04:30
수정
2020.02.21 07:15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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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사 요금제 판매 방식 아닌제조사ㆍ가전 매장서 구입 가능사은품ㆍ현금 상환 마케팅 활발판매 주체 달라 단통법 사각지대

삼성전자 ‘갤럭시S20’ 정식 출시를 앞두고 삼성 디지털프라자 등 자급제 매장들이 할인 혜택을 대거 제공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서울 마포구 삼성 디지털프라자 홍대점 모습. 연합뉴스
삼성전자 ‘갤럭시S20’ 정식 출시를 앞두고 삼성 디지털프라자 등 자급제 매장들이 할인 혜택을 대거 제공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서울 마포구 삼성 디지털프라자 홍대점 모습. 연합뉴스

서울 은평구에 사는 박모(34)씨는 지난 16일 급히 영등포에 있는 삼성 디지털프라자를 찾았다. 밤 9시 도착한 박씨에게 디지털프라자 직원은 “막차 타셨네요. 축하드려요”라고 말했다. 박씨가 멀리까지 달려와 얻게 된 기회는 바로 다음 달 6일 공식 출시되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S20 싸게 사기’다. 박씨는 갤럭시S20+(출고가 135만3,000원)를 예약구매하면서 ‘갤럭시버즈+’(17만9,300원), ‘무풍큐브 공기청정기’(59만4,900원)를 같이 사 212만원을 냈지만 백화점 상품권, 현금화할 수 있는 포인트 등 72만원을 돌려받았다. 박씨는 “필요 없는 물건은 다 되팔 생각이라 중고가를 감안하더라도 갤럭시S20+를 40만원 싸게 산 셈”이라고 말했다.

박씨가 각종 사은품과 페이백(현금상환) 혜택을 받을 수 있었던 건 삼성전자가 자유롭게 마케팅 재원을 풀 수 있는 자급제 스마트폰을 구매했기 때문이다. 자급제폰은 이동통신사가 요금제 가입을 조건으로 판매하는 방식과 달리 제조사 매장이나 일반 가전매장 등 양판점에서 약정 없이 구입하는 단말기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에 묶여 지원금 등 각종 마케팅 비용을 정부로부터 감시받는 이통사 유통시장과 사뭇 다른 조건이 자급제폰 시장에 적용되면서 소비자 관심도 자연스럽게 쏠리고 있다. 일각에선 이러한 자급제폰 유통 환경이 단통법을 무력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른바 ‘스팟성(초단기)’ 지원 혜택을 소수에게만 제공해 불공정 논란을 부른 단통법 이전 이통사 판매 행태가 규제망 바깥에서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20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용자들이 자급제 갤럭시S20 할인 혜택 정보를 활발히 공유하고 있다. 스마트폰 외 모든 사은품을 중고로 팔아 현금화하는 것을 전제로 출고가 124만~159원대인 갤럭시S20을 보통 70만원에서 많게는 140만원까지 싸게 살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런 할인 혜택은 이통사 매장에선 누리기 힘들다. 이통사 유통구조에선 제조사 지원금과 이통사 지원금을 합친 공시지원금을 이통사가 홈페이지에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고, 추가 이익을 소비자에게 주면 단통법상 불법지원금으로 간주된다. 반면 자급제 시장은 제조사 지원금이 공개되지 않은 채로 매장마다 자유롭게 활용된다. 제조사 지원금이 백화점 상품권이나 현금성 포인트 등의 형태로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식이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자급제 단말기는 파는 주체가 이통사 유통망이 아닌 제조사라 단통법 규제 대상이 아니다”며 “매장들이 자유롭게 할인하면서 가격경쟁을 펼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5세대(5G) 통신 품질에 대한 불신도 자급제 인기를 높이고 있다. 5G폰인 갤럭시S20을 이통사 매장에서 구입하려면 약정 조건 때문에 5G 요금제에 반드시 가입해야 한다. 반면 자급제폰은 기존 휴대폰에 있던 유심을 빼서 끼우면 바로 쓸 수 있어 LTE 가입자라면 원래 가입된 요금제를 계속 이용할 수 있다. 아직 5G 서비스가 불안정한 터라 비싼 5G 요금제 가입을 꺼리는 소비자라면 자급제 모델로 눈을 돌릴 만한 조건이다.

하지만 자급제 혜택이 시시각각 바뀌어 결국 정보에 빠른 소수만 이득을 누린다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일부에게만 지원금이 쏠려 이용자 차별이 발생하는 것을 막자는 단통법의 취지가 무색하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자급제 시장은 사실상 단통법 사각지대나 다름없다”며 “제조사 재원이라면 차별적 지원금도 괜찮다는 것인데, 제조사 매장이냐 이통사 매장이냐에 따라 법 적용 여부가 갈린다면 애초 왜 단통법을 제정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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