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 뉴시스

법무부가 공식 유튜브 채널 ‘법무부TV’ 에 올린 동영상 속에서 추미애 장관은 만면에 미소가 가득했다. ‘하루짜리 엄마’ 역할을 자처한 추 장관의 미소에는 새해를 맞아 소외되고 외로운 소년범들에게 격려와 위로를 해주려는 취지도 엿보였다. ‘하루짜리 아빠’ 역할로 나선 김오수 차관도 너그러운 표정을 잃지 않았다. 추 장관과 김 차관은 소년범들의 세배를 받은 뒤 ‘세뱃돈’으로 햄버거 교환 쿠폰이 든 봉투를 건네는 인자함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5분 32초짜리 영상을 보면서 과연 어린 소년범들 또한 기꺼운 마음으로 동영상 촬영에 응했을지 의문이 들었다. 동영상에 나오는 소년범들의 얼굴이 캐릭터로 가려져 그들의 진심을 알기란 쉽지 않았다.

몇 가지 지점에서는 동영상 촬영 의도마저 의심이 들었다. 우선 미성년인 소년범들과 부모의 동의 여부. 법무부 측은 “부모에 연락하는 절차는 밟지 못했지만, 소년들에게 ‘법무부 내부 촬영이지, 방송사 촬영은 아니다’라고 설명하고 동의를 구했다”고 설명했다. “인권 보호에 만전을 기했다”며 문제 없다는 식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소년범들이 장ㆍ차관에게 세배하고 함께 떡국을 먹는 장면을 유튜브에 올릴 계획이었다면 사전에 미성년 아이들의 부모 등에게 동의를 구하는 게 마땅하다. 동영상이 소년들의 미래에 미칠 영향에 대해 당사자뿐 아니라 부모 또한 걱정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소년부 재판을 오래 맡은 천종호 부장판사의 경우, 방송사의 소년범 촬영 전에 필히 부모의 사전 동의서를 받도록 하고 미성년 자녀 부모의 동의가 없으면 노출을 금했다고 한다.

장ㆍ차관이 모범 소년범 4명에게만 세배를 받고 따로 문화상품권을 챙겨준 점도 부적절해 보였다. “아이들은 누구는 받고, 누구는 받지 못하는 데 예민하다. 가급적 모든 아이들에게 평등하게 대하는 게 옳다”고 천 부장판사는 말했다. 동등한 인간의 관점에서 접근하지 않고 아이들이라고 무릎을 꿇고 엎드리는 절을 하게 한 자체도 유감이라는 아동 전문가 지적도 나온다.

추 장관은 취임 뒤 검찰개혁을 추진하면서 연신 인권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소년범들이 출연하는 동영상을 촬영하면서, 좌절을 딛고 새롭게 성장하려는 아이들과 그 가족을 위해 끝까지 세심하게 배려했는지는 의심스럽다. 그토록 인권을 강조하는 추 장관이 인권 취약계층인 소년범과 가족을 배려하는 데 조금이라도 소홀했다면, ‘정치인 추미애’ 홍보 동영상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손현성 사회부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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