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 중 수차례 외출, 신천지 신자만 14명 확진… ‘슈퍼전파’ 현실로
병원 접촉자도 열흘간 128명… 40대 병원 직원 1명도 확진 판정
대구ㆍ경북 신종 코로나 집단감염 현황. 그래픽=강준구 기자

첫 증상을 보인 이후 격리되기까지 열흘간 지역사회를 누비고 다닌 31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환자(61ㆍ대구시 서구 거주ㆍ18일 확진)가 최소 15명의 확진자와 역학적 연관성을 갖는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이 환자의 주요 방문 장소를 포함한 대구ㆍ경북지역에 신종 코로나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이 환자가 교통사고 치료를 위해 입원했던 대구 시내 한방병원에서 파악된 접촉자만 128명에 달하고, 무엇보다 발병 이후 예배에 참가한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같은 시간 머물렀던 사람이 1,000명을 상회한다. 이들 가운데 확진환자가 쏟아질 경우, 보건당국의 역학조사 인력이 부족해 동선파악이 늦어지거나 힘들어져 신종 코로나의 지역사회 확산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는 상황이다.

[저작권 한국일보]대구 수성구 범어동 새로난한방병원 건물 전체가 봉쇄돼 있다. 김재현 기자

19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전국에서 확진판정을 받은 20명 가운데 18명이 31번 환자의 동선과 관련이 있거나, 연관성 조사 중이다. 먼저 31번 환자가 6일 당한 교통사고 치료를 위해 7일부터 17일까지 입원한 대구 수성구 새로난한방병원의 직원 가운데 33번 환자(40세 여성)가 발생했다. 이 환자는 31번 환자의 접촉자였다.

31번 환자는 병원에 머물면서 수 차례 외출했는데 9일과 16일에는 남구의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 다대오지파대구교회(신천지 대구교회) 예배에 1회씩(총 2회) 참여했다. 이 교회의 신자 가운데 이날 무려 14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보건당국은 밀집해 예배를 보는 공간이 감염력을 키웠을 것으로 보고 이 교회 교인 전원에 대한 폐렴검사도 추진 중이다.

31번 환자는 15일에는 동구의 퀸벨호텔 8층 뷔페 식당에서 지인과 점심식사를 했다. 이후 폐렴 증상이 심해져 17일 수성구 보건소를 찾아 확진검사를 실시했고 같은 날 오후에 대구의료원으로 이송됐다. 19일 이 식당과 연관성이 있는 확진환자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교회와 마찬가지로 밀집공간인 식당에 1시간 이상 머물렀다는 사실, 그리고 확진 판정 직전에 방문했다는 점 때문에 차후 이곳과 관련된 환자 발생을 안심할 수 없다. 중대본은 이들 장소와 관련성을 찾기 힘든 37번, 38번, 46번 환자에 대해서도 ‘연결 고리’ 조사를 집중적으로 진행 중이다.

중대본은 이미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바이러스 전파력이 높은 환자 1명이 다수의 새로운 환자를 만들어내는 ‘슈퍼전파 사건’이 벌어졌고 진행중인 것으로 판단했다. 많은 인원이 밀집한 환경에서 예배가 이뤄졌기 때문에 확진환자와 환자가 아닌 사람의 밀접접촉이 빈번하게 벌어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정은경 중대본 본부장은 “현재까지 31번째 환자를 포함해서 지금 11명(이날 오전 기준)이 교회와 관련된 사례가 발생했기 때문에 슈퍼전파 사건은 있었다고 본다”라며 “누가 감염원이었고 어떤 감염경로를 통해서 확산됐는지에 대해서는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정 본부장은 “하나의 공간에서 (슈퍼전파가)발생한 것은 뭔가 그 건물 내지는 장소에서 이런 대규모의 노출이 있었다는 점을 시사한다”라고 덧붙였다.

게다가 19일 확진판정이 확인된 신천지 대구교회 교인 14명 가운데 최소한 7명은 발열과 기침 등 신종 코로나 증상을 보이고 있던 상태여서 이들이 격리되기 이전 주변에 바이러스를 전파했을 가능성이 크다. 중대본에 따르면 14명 가운데 9명은 31번 환자의 확진판정 소식을 접하고(18일) 자발적으로 검사를 받았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선별진료소가 아닌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으면서 다수의 대학병원 응급실이 폐쇄됐다. 이곳에서 이들과 접촉한 의료진이나 일반환자들 가운데서도 신종 코로나 확진환자가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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