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일전쟁 일으켜 1940년 동·하계 올림픽 개최권 반납 
 제 1, 2차 세계대전 여파로 독일, 영국, 이탈리아 올림픽도 취소 
지난달 24일 도쿄 오다이바 해양공원에서 도쿄올림픽 개막이 6개월 앞으로 다가온 것을 기념하기 위한 불꽃놀이 행사가 벌어지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일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7월에 열릴 제32회 도쿄올림픽 취소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일본의 방역망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재차 제기되면서 올림픽 개최지를 바꾸거나 개최 자체를 취소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죠? 물론 일본 정부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취소 또는 연기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취소 가능성을 부인하는 상황입니다.

사실 역대 올림픽이 질병 사태로 취소된 적은 전무합니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과 2016년 리우올림픽이 열리기 직전에도 각각 신종플루와 지카바이러스가 유행했는데 무사히 개최됐었죠. 그렇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도쿄올림픽의 취소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고 해요.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사망자가 급증하거나 선수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정도가 아니라면요.

물론 역사적으로 올림픽 개최지 변경이나 취소 사례가 없던 건 아닙니다. 전쟁을 이유로 올림픽 개최 자체가 취소되거나 개최지가 바뀌었던 적은 있었어요. 하계올림픽 3회, 동계올림픽 2회를 합쳐 총 5번의 올림픽이 취소되거나 개최지가 바뀌었죠.

일본은 이미 올림픽 개최 무산을 경험했어요. 그것도 2번이나요. 일본은 1936년 IOC 베를린 총회에서 핀란드 헬싱키를 따돌리고 하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됐습니다. 이에 따라 1940년 도쿄와 삿포로에서 각각 하계, 동계 올림픽을 개최하기로 했는데, 올림픽 개최는 ‘꿈’으로 끝났어요. 왜 그랬을까요? 1937년 일본이 중국을 침략하면서 일으킨 중일전쟁 때문입니다.

1937년 7월 중일전쟁을 일으킨 일본군이 중국 대륙으로 이동하고 있다. 1940년 동계와 하계올림픽을 개최하려던 일본은 전쟁을 일으키면서 올림픽 개최를 포기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일본이 전쟁을 일으키자 IOC 각국 위원들이 일본을 향해 올림픽 개최 중지를 요구하는 등 논란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보다 못한 IOC까지 압박에 나서자 일본은 1938년 개최권을 자진 반납했어요. 이후 경쟁을 벌였던 헬싱키가 하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됐고 독일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이 동계올림픽을 치를 예정이었지만,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1940년에는 올림픽이 개최되지 못했습니다.

이외에도 1916년 독일, 1944년 영국, 1944년 이탈리아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동ㆍ하계올림픽은 제1, 2차 세계대전 여파로 취소됐습니다. 우선 독일은 1912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개최된 IOC 총회에서 하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됐었어요. 그러나 그로부터 2년이 지난 1914년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1916년 올림픽 자체가 취소됐습니다. 다행히 20년이 지난 1936년 하계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었죠.

2012 런던올림픽 폐막식이 2012년 8월 1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올림픽 메인 스타디움에서 진행되고 있다. 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영국과 이탈리아도 비슷한 이유에서 올림픽을 개최하지 못했어요. 이번엔 2차 세계대전 때문이었죠. 원래 영국은 런던에서 13회 하계올림픽을, 이탈리아는 코르티나담페초에서 5회 동계올림픽을 열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전쟁의 여파로 두 올림픽 모두 취소됐어요. 다만 런던은 종전 이후 처음으로 열린 1948년 하계올림픽을 개최하게 됩니다. 이탈리아 코르티나담페초는 1956년이 돼서야 7회 동계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었고, 2026년에도 동계올림픽을 개최할 예정입니다.

사실 올림픽 개최 취소는 올림픽 헌장에도 명시돼있는 내용이에요. 올림픽 개최의 철회에 관해 규정한 IOC 올림픽헌장 제36조에는 ‘올림픽헌장 또는 IOC의 규정 및 지침을 위반하거나 국가올림픽위원회(NOC), 조직위원회 혹은 개최도시가 자신의 의무를 위반한 경우 IOC는 언제라도 이들로부터 올림픽대회 개최 권한 철회할 수 있다’고 돼 있어요.

지난해 10월 첫 선을 보인 도쿄올림픽 개막식이 열릴 메인스타디움. 도쿄=고영권 기자

여기서 중요한 대목은 바로 규정 및 지침, 의무 위반입니다. 올림픽헌장에서 IOC와 NOC의 사명과 역할을 다룬 2조와 27조에서는 ‘선수에 대한 의료 및 건강과 관련한 조치를 장려하고 지원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선수 건강을 위해 마땅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죠. 이에 두 조항을 근거로 선수의 의료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IOC가 직권으로 개최를 취소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IOC는 아직 코로나19에 대한 우려를 잠재우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존 코츠 IOC 조정위원장은 14일 도쿄에서 올림픽 준비 상황 점검회의가 끝난 뒤 “일본 공중위생 당국을 신뢰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죠. 정말 일본 보건당국과 NOC는 신뢰할 수준의 방역 조치를 취하고 있는 걸까요? 방사능 우려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친 일본은 무사히 도쿄올림픽을 치를 수 있을까요?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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