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중증 환자가 밀폐공간서 다수 접촉하면 집단 감염
메르스 땐 1명이 85명에… 감염 모른 채 생활하다 확산도
1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1번째 환자(61ㆍ여성)가 교회와 병원 등에서 15명에게 신종코로나를 전파한 것으로 추정되면서 우려했던 ‘슈퍼전파자’가 현실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슈퍼전파자는 동일한 바이러스나 세균에 감염된 다른 사람보다 더욱 많은 2차 접촉자를 감염시키는 감염자를 의미한다. 2015년 국내에서 유행했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사태 때도 슈퍼전파자로 인해 피해가 커졌다. 보건당국이 펴낸 ‘메르스 백서’에 따르면 당시 슈퍼전파자 5명이 전체 감염환자 186명 중 153명(82.3%)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했다. 단 1명이 무려 85명에게 메르스 바이러스를 옮긴 경우도 확인됐다. 싱가포르에서도 이번 신종 코로나 확진자 81명 가운데 21명(26%)이 한 교회(Grace Assembly of God)에서 쏟아져 나와 ‘슈퍼감염’이 현실화됐다.
슈퍼전파자는 다양한 요인이 결합해 발생한다. 우선 신종 코로나의 특성이 꼽힌다. 김성한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신종 코로나는 다른 바이러스보다 전파 이질성(heterogeneity)이 강해 감염이 돼도 타인에게 바이러스를 옮기지 않을 수도, 한 번에 많은 사람들에게 바이러스를 감염시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장시간 많은 사람이 있는 공간에서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는 감염자는 슈퍼전파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중증 폐렴 등 환자 상태가 좋지 않으면 바이러스 양이 증가하고 기침 등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전파한다”며 “31번 환자처럼 교회나 병원 등 다수의 사람들이 밀폐된 공간에서 환자와 접촉하면 바이러스에 감염될 확률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환기가 되지 않는 실내에서는 환자가 배출한 침방울(aerosolㆍ에어로졸)이 공기를 타고 사람들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어 문제”라고 덧붙였다.
건강한 사람일수록 여러 사람에게 감염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건강을 자신하는 사람일수록 자신이 감염이 됐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사회생활을 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며 “메르스 사태 당시 많은 사람들을 감염시킨 확진자 중 자신이 중증 폐렴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여러 병원을 돌아다닌 사례가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슈퍼전파자보다는 ‘슈퍼전파사건(super spreading event)’으로 부르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김성한 교수는 “슈퍼전파는 확진자와 접촉자 수, 접촉장소 등 다양한 조건이 이뤄져야 발생한다”며 “누구나 슈퍼전파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특정 개인을 지목하는 것보다 전파가 발생한 사실에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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