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중반까지의 100년은 유럽 미술사 혁명기로 불린다. 인상주의, 야수파, 초현실주의, 그리고 초기 추상주의의 태동까지 모두 이 시기 작가들의 다양한 미술적 시도에서 비롯됐다. 21일부터 6월 14일까지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에서 열리는 ‘프렌치모던: 모네에서 마티스까지, 1850-1950’ 전시는 이러한 모더니즘 미술사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장이다. 미국에서 최초로 인상주의 전시를 열었던 브루클린 미술관의 유럽 컬렉션 59점을 옮겨왔다.
대항해의 시작은 잔잔하던 정물화도 바꿔놨다. 배경으로만 존재하던 사물들은 그림 전면에 오밀조밀 채워졌고, 특히 먼 땅에서 온 ‘특이한’ 물건들이 초유의 관심사가 됐다. 장 레옹 제롬의 ‘카이로의 카펫 상인’은 이국적인 소재에 대한 모더니즘 작가들의 관찰력을 보여준다. 이러한 관심은 이른바 ‘얼리 어답터’로서의 자부심이기도 했다.
이 시기 일부 인상주의 화가들은 원근법과 공간감을 오히려 ‘눈속임’으로 치부하고 거부하기 시작했다. 폴 세잔의 미완성작 ‘가르단 마을’은 가르단의 교회 탑과 스쿠토로 만들어진 집들을 사각형의 맞물림으로 표현해냈다. 원근을 압축한 구조는 공간 전체를 평평한 벽지처럼 보이게 한다. 이러한 기하학적 형태는 이후 입체파 작가들에게 큰 영감을 줬다.
‘느낀 대로’ 그리는 인물화도 모더니즘 미술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다. 머리카락 한 올까지 그대로 베끼는 초상화 관습은 점차 의미를 잃었다. 대신 화가가 그림 속 인물에게 느끼는 주관적 인상을 표현해내는 일이 더욱 주목 받았다. 라요스 티아니의 작품은 얼굴만 보고도 그림 속 인물의 직업이 비평가임을 짐작케 한다. 높고 지적인 이마, 경계하는 듯한 눈, 긴 코, 꼬집힌 입 등으로 평론가의 날카로운 특징을 표현했다. 빛과 그림자의 미묘한 조화로 모델의 뚜렷한 뼈 구조도 강조했다. 한 작품 내에서 인상주의 사조는 물론이고 분석적 입체파와 표현주의의 심리적인 강렬함까지 엿볼 수 있는 셈이다.
이번 전시 기획을 맡은 정준모 큐레이터는 "여러 사조가 동시에 생기고, 작가 한 명이 또 새로운 사조에 영향을 주는 시기였다”며 “명품 편집샵처럼 유명 작가의 알려진 작품들만을 내세운 전시로는 미술사의 맥락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유파와 화풍 탄생의 결정적 계기가 엿보이는, 말하자면 홈런타가 아니라 2루타나 3루타같은 작품들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전시의 주안점을 짚었다. .
이정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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