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잠잠해지면 급식소 식당을 개방하여 따뜻한 밥상을 제공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18일 찾은 서울 종로구 종로 3가 인근에 위치한 ‘전국 천사 무료급식소’는 창문에 안내문을 내걸고 임시 폐쇄 중이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18일 기준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어르신 무료 급식을 제공해 온 176개의 복지단체 가운데 150여 곳은 신종 코로나로 인해 이달 초부터 점심 급식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면역력이 약한 노년층에서 확산할 경우 피해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천사 급식소 관계자는 “하루 5백 명의 식사를 대접했는데 어르신들이 어디서 오시는지, 어떻게 오시는지 모르기 때문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지난 5일부터 급식을 일단 중단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평상시에는 배식을 세 시간 앞둔 오전 8시부터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모여든 어르신들로 북적이던 곳이었지만 이날은 갑자기 찾아온 추위만큼이나 주변이 썰렁했고 출입문 앞에는 끼니를 거르시는 어르신을 생각해 누군가 놓아두고 간 빵 봉지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혹시나 하고 급식소를 다시 찾은 한 어르신은 재수 좋게 출입문 옆 빵 봉지를 발견해 빵 봉지를 쥐고 작은 미소 함께 자리를 떠났지만 다른 어르신들은 안내문을 보고 어두운 표정으로 문을 연 다른 급식소를 찾아 발길을 돌려야 했다.
운영 중인 무료급식소는 금세 입소문이 나 배식을 받으려는 어르신들로 북적였다.
신종 코로나 사태에도 계속 운영하기로 결정한 동대문구 밥퍼 나눔 운동본부(다일공동체 운영) 앞은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은 어르신들이 배식을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었다.
줄을 선 어르신들은 언제 배식이 끊길지, 배식을 받아 식사를 하시던 이들은 언제 이곳이 폐쇄될지 모르는 불안감 때문인지 눈빛에는 불안함이 가득했다.
하지만 배식 현장에서 만난 다일공동체 관계자는 “주변 무료급식소가 배식을 중단한 이후 일거리도 많이 늘었지만 보람 있는 일을 하는데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럴 리 없겠지만 혹여나 정부에서 배식 중단을 권고한다면 도시락이라도 준비해 배식을 이어가겠다”라고 밝혔다.
무료급식소 측도 많은 어르신을 배불리 대접하는 것은 기쁘지만 경기 악화로 줄어드는 후원금과 자원봉사자 역시 구하기 힘들어 사정이 녹록지 만은 않다.
신종 코로나로 사회 전체가 움츠러드는 사이 관심 받지 못하는 취약계층은 소리 없이 병들어 가고 있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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