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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에 명예회복을”…제주4ㆍ3 행불 수형인 재심 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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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에 명예회복을”…제주4ㆍ3 행불 수형인 재심 청구

입력
2020.02.18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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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4ㆍ3 당시 불법 군사재판으로 억울한 수형생활을 한 뒤 행방불명 된 피해자 가족들이 제주지방법원에 재심을 청구하기 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오전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4ㆍ3 당시 불법 군사재판으로 억울한 수형생활을 한 뒤 행방불명 된 피해자 가족들이 제주지방법원에 재심을 청구하기 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 4ㆍ3사건 당시 불법적인 군사재판을 받아 전국 각지의 형무소로 끌려간 이후 행방불명된 희생자 유족들이 18일 제주지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이번 재심을 청구한 수형 피해자는 모두 341명에 이른다.

제주4ㆍ3희생자유족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는 이날 오전 제주법원을 찾아 행방불명인(행불인) 수형인과 생존수형인 341명에 대한 2차 재심 청구서를 대표 재심청구인을 통해 접수했다. 과거 개인이나 일부 단체를 통해 재심 청구에 나서는 사례는 있었지만, 이번처럼 300명이 넘는 인원이 한꺼번에 재심 청구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이번 불법 군사재판 행불인 수형자 재심에 나선 청구인은 행방불명 된 아버지 백운기(나이 미상ㆍ대전형무소)씨의 딸 백여옥(79)씨 등 수형 피해자의 직계 가족들이다. 청구인들은 재심청구서를 통해 “피고인들이 무장대와 내통한 것이 아니냐는 가정 아래 영장도 없이 체포돼 고문을 당하고 불법적인 군사재판을 받아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발표한 제주4ㆍ3사건진상조사보고서에 따르면 4ㆍ3 당시 제주도민들을 대상으로 한 군법회의는 1948년 12월과 1949년 7월 등 두 차례에 걸쳐 실시됐다. 정부기록보존소가 소장하고 있는 ‘군법회의 명령’ 자료에는 1948년 12월 871명, 1949년 7월 1,659명 등 모두 2,530명의 피고인 명단이 남아있다. 군법회의 대상자들은 서울, 인천, 대전, 대구, 전주, 목포 등 전국 각지의 형무소에 분산 수감됐다가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상당수는 집단학살을 당했으며, 일부는 사방으로 흩어져 행방불명됐다. 행불수형인은 대부분 1947∼1949년 내란죄 등의 누명을 쓰고 징역 1년에서 최대 사형을 선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심청구인 대표 김필문 행불인유족협의회 회장은 “72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많은 유족이 원통함을 가슴에 품고 돌아가셨거나 나이가 들어 병들고 쇠약해져 있다”며 “앞으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유족들은 죽기 전에 명예회복을 하기로 뜻을 모아 재심청구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월 4ㆍ3생존수형인 18명에 대한 재심 당시 재판부는 “1948년부터 1949년까지 진행된 생존수형인들에 대한 군법회의는 당시 국방경비법에서 정한 예심조사 절차 등을 따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는 ‘공소 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해 무효인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에 의해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를 모두 기각한다”고 사실상 무죄를 선고했다. 이어 지난해 6월에는 행불 수형인 10명의 직계 가족들이 법원에 재심을 청구한 데 이어 10월에는 수형 생존자 8명이 재심을 청구했다.

청구인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해 6월에 유족 10명이 먼저 재심을 청구했지만, 아직도 재심개시 결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법원은 청구인들이 살아있을 때 결론을 볼 수 있도록 빠른 진행에 나설 줄 것을 촉구하며, 이를 통해 대한민국 사법부에 정의가 살아있음을 보여달라”고 호소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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