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이름 파는 것도 모라자
노태우정권 청와대 경력까지 동원
더불어민주당 총선 당내 경선 과정에서 ‘이름팔이’ 선거운동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부 예비후보들이 특정 정치인 등의 위상이나 인기를 등에 업고 자신들의 지지를 호소하는 선거운동을 하면서 “기회주의적 정치 행태”라는 비판이 나온다.
17일 광주 서구을 지역구에선 난데없이 ‘이낙연팔이’가 논란이 됐다. 이곳에 출사표를 낸 양향자 민주당 예비후보의 한 지지자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이름을 팔며 양 예비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퍼뜨린 사실이 확인되면서다. 이 지지자가 지인 등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엔 ‘이낙연 전 총리가 선택한 유일한 광주 예비후보 ♥양향자♥’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또 양 예비후보가 지난 6일 오후 서구 천주교 광주대교구청에서 이 전 총리를 만나 김희중 대주교를 예방했다는 소식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님이 선택한 사람들 간에는 통하는 것 같습니다. 호남의 대표주자인 이낙연 전 총리님이 종로에서 당선되면, 당내 세력이 필요합니다. ♥양향자♥가 필요합니다’라는 내용도 있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일각에선 “허위사실공표로 인한 공직선거법 위반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다. ‘이 전 총리가 선택한 유일한 광주 예비후보’라는 표현이 이 전 총리가 양 예비후보를 지지한 것처럼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양 예비후보 측은 “’선택’이란 표현은 이 전 총리가 김 대주교를 예방한 일정을 양 예비후보와 같이 했다는 걸 의미하는 것으로 선거법 위반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이 전 총리가 전남지사 시절 초대 정무특별보좌관을 역임해 ‘이낙연의 사람’으로 꼽히는 같은 당 이남재 예비후보 측은 “양 예비후보 측이 경선 판세가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니 본인의 경쟁력보다는 이 전 총리의 이미지에 편승해 보겠다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현 정세균 국무총리 이름도 민주당 예비후보의 이름팔이에 동원됐다. 전진숙 민주당 광주 북구을 예비후보는 지난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 총리가 응원하는 야무진 정진숙, 일 잘하는 전진숙은 광주 지역발전과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겠습니다’라는 글을 정 총리 사진과 함께 올렸다.
교묘한 ‘청와대팔이’도 등장했다. 이병훈 민주당 광주 동구남구을 예비후보는 자신의 주요 경력으로 ‘전 청와대 행정관’을 소개하고 있다. 이 예비후보는 1989년 12월 노태우 정권 시절 대통령 비서실 행정관으로 근무했었다. 이를 두고 한 유권자는 “이 예비후보의 청와대 근무 경력 문구만 보면 ‘5ㆍ18피고인’으로 처벌받은 노태우 전 대통령 당시 청와대에서 근무했다는 걸 아는 이가 얼마나 되겠냐”며 “유권자들이 문재인 대통령 관련 경력으로 착각하게 하려는 꼼수가 아닌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참여자치21 관계자는 “민주당 후보들이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총선용으로 유력 정치인 이름이나 청와대 직함을 파는 건 여론을 왜곡시킬 가능성이 크다”며 “후보들은 이런 꼼수 정치로 표심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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