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경북 성주에 배치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성능 개량 사업을 우리 정부에 통보하고 발사대 추가 배치 가능성까지 언급해 파장이 일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14일 “미국 측으로부터 사드를 업그레이드, 성능을 개량한다는 설명을 들었다”며 “내용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앞서 존 힐 미국 미사일방어국장은 10일 “사드 발사대와 포대를 분리할 수 있다면 한반도에 많은 유연성을 주게 될 것”이라며 “레이더를 뒤로 옮기고, 발사대를 앞에 놓을 수도, 추가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사드 성능 개량과 함께 발사대 추가 배치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미 국방부의 2021 회계연도 예산안 브리핑을 보면 미국은 본토와 괌, 한국 성주 등 7곳에 배치된 사드의 성능 개선 작업에 10억달러(약 1조8,000억원)를 투입한다고 돼 있다. 지난해 9월 사드 발사대를 포대에서 분리 배치한 뒤 원격조종으로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실험에 성공하면서 발사대 이동 배치가 가능해진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사드 발사대를 서울을 비롯해 경기 평택ㆍ오산기지 방어를 위해 수도권에 배치하는 방안을 구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로서는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은 북한의 핵ㆍ미사일 진화에 맞선 대응책이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우리로선 중국과의 갈등 등 난제가 한둘이 아니다. 2016년의 사드 배치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회복되지 않은 데다 당시 밝힌 사드 추가 배치 금지 등 ‘3불 원칙’과도 배치된다. ‘사드 업그레이드’에 포함된 사드와 패트리엇 요격미사일과의 통합 운용이 미국의 미사일 방어 체계(MD) 편입과 직결돼 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한반도 안보지형에 격변을 몰고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사드 추가 발사대 설치를 추진한다면 비용은 한국이 부담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성주 기지 관련 공사비 4,900만달러(약 580억원)도 우리 정부 부담으로 넘길 것이라고 한다. 둘 다 사드 배치 비용은 미국이 부담한다는 원칙에 맞지 않는다. 방위비 협상에 이어 우리가 요구하지도 않은 사드 현안을 압박하는 것은 한미 관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부는 사드 문제에 단호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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