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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 칼럼은 불법ㆍ탄핵 거론은 쿠데타”… 오만한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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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 칼럼은 불법ㆍ탄핵 거론은 쿠데타”… 오만한 민주당

입력
2020.02.13 19:25
수정
2020.02.14 00:22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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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칼럼 쓴 언론, 필자 고발… “우리 당 떨어뜨리려 선거 운동”

당 안팎서 비판 확산 “우리가 임미리, 나도 고소하라”

최재성, 야당의 탄핵 언급에 “쿠데타” 부적절 발언에 우려 목소리

더불어민주당에게 고발을 당한 임미리 고려대 교수는 13일 "민주당만 빼고"라는 칼럼 제목으로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왼쪽 사진)을 교체했다. 최재성 민주당 의원(오른쪽 사진)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자유한국당의 '탄핵' 언급을 '쿠데타 시도'로 규정했다. 임미리 교수 페이스북 캡쳐.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에게 고발을 당한 임미리 고려대 교수는 13일 "민주당만 빼고"라는 칼럼 제목으로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왼쪽 사진)을 교체했다. 최재성 민주당 의원(오른쪽 사진)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자유한국당의 '탄핵' 언급을 '쿠데타 시도'로 규정했다. 임미리 교수 페이스북 캡쳐. 뉴시스

“방약무도(傍若無道)가 넘치다 못해 기본권마저 파괴하고 있다.”

13일 더불어민주당에서 벌어진 두 장면에 대표적 진보 지식인 박권일 사회비평가가 내놓은 탄식이다. 당에 비판적인 글을 쓴 칼럼니스트와 신문사를 검찰에 고발하고, 야당의 ‘대통령 탄핵’ 언급은 비판을 넘어 ‘변종 쿠데타’나 ‘내란죄’로 규정한 사실이 잇달아 알려졌기 때문이다. 4월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오만이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당을 비판한 칼럼을 쓴 임미리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와 칼럼을 실은 경향신문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지난 5일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했다. 임 교수는 지난달 경향신문에 쓴 ‘민주당만 빼고’라는 제목의 글에서 민주당이 “촛불정권을 자임하면서도 국민의 열망보다 정권의 이해에 골몰한다”고 비판했다. 이를 두고 당 관계자는 “우리 당을 떨어뜨리려는 선거 운동으로 보인다”고 고발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무리한 주장에 당 내부에서부터 당혹감이 감지됐다. 한 민주당 의원은 “검찰 개혁을 하겠다는 당에서 칼럼 필자를 검찰에 고발해 법적 판단을 맡기는 건 도저히 말이 되지 않는 일”이라며 “어떻게 이런 의사 결정이 이뤄졌는지 파악해 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당 지도부의 한 의원도 “정치는 정치로 풀어야지 공당이 표현의 자유 영역을 법정으로 끌고 가면 어떻게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발 소식에 임 교수는 “살이 떨린다”고 했다. 그는 이날 통화에서 “민주주의의 근본은 표현의 자유인데, 판결을 떠나 ‘민주’를 표방하는 정당에서 이를 위축시키겠다는 것 자체가 정당의 임무를 방기, 아니 포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정치의 가장 큰 문제가 정치의 사법화 아니었느냐”며 “필요하다면 민주당이 반박을 하고 정당성을 여론에 호소하고 여론전을 해서 풀어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역풍은 거셌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권경애 법무법인 해미르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우리가 임미리”라며 “어디 나도 고소해봐라”라고 썼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페이스북에 “낙선 운동으로 재미를 봤던 분들이 권력을 쥐더니 시민의 입을 틀어막으려 한다”며 “나도 고발하라”는 대열에 동참했다.

범여권에서도 쓴 소리가 이어졌다. 김정현 대안신당 대변인은 “칼럼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는 것은 오만”이라고 지적했고, 강민진 정의당 대변인도 “권력에 대한 비판의 자유를 국가가 처벌하지 못하도록 막아 섰던 역사가 민주진보진영의 시작점이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임 교수의 팩트 폭행에 그렇게 뼈가 아팠다면 차라리 폭행죄로 고발하지 그랬냐”고 민주당을 꼬집었다.

민주당의 퇴행은 이뿐이 아니었다. 당 전략기획자문위원장인 최재성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농단 세력의 국정중단 탄핵 쿠데타가 시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등이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한 일을 겨냥한 것이다.

최 의원은 ‘탄핵 언급’을 “우리 형법 87조가 규정하고 있는 내란죄에 다름 아니다”라며 “5.16과 12.12를 계승하는 명백한 변종 쿠데타를 획책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박근혜와 최순실의 태블릿PC 같은 명확한 팩트도 없고 촛불과 같은 국민의 지엄한 명령도 없는데 국가기관을 전복하고 불능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냐”며 “한국당 의원 전원도 (심 원내대표와) 같은 생각인지 밝히라”고 요구했다.

최 의원의 발언에 대해서도 민주당 내에서 우려가 제기됐다. 탄핵이 정부와 여당에 민감한 소재이긴 하나, 단순 발언만 가지고 내란과 쿠데타를 운운한 것이 부적절했다는 것이다. 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취지에는 국민들이 공감할 지 몰라도 굳이 그런 단어를 쓴 모양새가 좋진 않다”고 했다. 민주당은 최근 당 소속 추미애 법무장관이 잇따라 구설에 올라 선거에 미칠 영향을 두고 염려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명을 거역했다”는 등의 권위적 표현을 사용해 논란이 된데 이어,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사건 공소장 비공개 논란도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칼럼 고발’ 사태나 ‘탄핵은 쿠데타’ 소동이 공히 오만의 결과라는 평도 나왔다. 박권일 사회비평가는 “총선 후보자가 정해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지식인이 공당의 일반 행위를 비판하는 칼럼을 썼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고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유린하는 행태로 박근혜 정부에서도 보기 힘들었던 황당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미 선거는 다 이겼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고서야 민주당이 이런 자승자박을 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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