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매장 변신할 것”…신동빈 ‘게임 체인저’ 주문에 화답
백화점과 마트, 슈퍼, 롭스 등 700여개 점포의 10곳 중 3곳을 폐점키로 한 롯데쇼핑의 ‘초강수’는 철저하게 수익성 악화에서 비롯됐다. 빠르게 변하는 소비 시장의 흐름 속에 특단의 대책이 더 늦어질 경우, 유통업계 공룡으로 군림해 온 롯데쇼핑의 생존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란 게 업계 안팎의 공통된 시각이다. 온라인 시장과의 경쟁 심화와 국내 소비 경기 부진이 이어지면서 오프라인 매장 상황은 현재 최악이다.
구조조정의 수술은 슈퍼에서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작년 한 해 동안 롯데슈퍼의 매출은 1조8,612억원으로, 전년보다 5.8%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1,03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 감소 폭과 영업손실 규모가 전체 사업 부문 가운데 가장 크다. 점포 수가 430여개로 업계 1위지만, 마트나 편의점과 동네 슈퍼마켓 사이에서 정체성이 불분명해 차별화하는 데 한계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상당수의 마트 역시 ‘극약처방’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9년 매출 6조3,310억원으로 신장률이 0.2%에 그쳤고, 25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온라인 쇼핑몰의 급성장에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각 사업부별로 적자 폭이 커 정리가 시급한 점포를 우선 순위로 둘 것”이라고 전했다.
인력구조조정은 정해진 수순으로 보인다. 롯데쇼핑에 따르면 점포 한 곳당 근무 인력(협력사 포함, 대형 점포 기준)은 백화점이 약 5,000명, 마트가 300~400명, 슈퍼가 30명 안팎이다. 정리 대상 점포 200곳이 모두 슈퍼라고 감안할 때 인원은 6,000명에 달한다. “정리 대상 점포의 인력(직접고용)은 인근 다른 점포로 재배치할 예정이고, 인력 감축 계획은 없다”는 게 현재 롯데쇼핑의 입장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희망퇴직이나 명예퇴직이 불가피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점포 역시 수술대에 오를 것으로 점쳐진다. 비효율 점포 정리는 지난해 12월 전환된 롯데쇼핑 통합법인의 수장인 강희태 유통BU장(부회장)이 총괄한다. 자산을 효율적으로 경량화하고 영업손실 규모를 줄여 재무건전성과 기업 가치를 높이는 게 최우선 과제다. 강 부회장은 롯데쇼핑을 ‘서비스 기업’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시도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문을 닫지 않고 유지하는 오프라인 매장은 백화점, 마트, 슈퍼 같은 전통적인 업태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방식으로 운영하겠다는 게 강 부회장의 복안이다.
이를 테면 중소형 백화점의 식품 매장은 신선식품에 경쟁력을 갖춘 슈퍼로 대체하고, 소비자들의 관심도가 낮은 마트 내 패션 매장은 다양한 경험이 있는 백화점 패션 바이어가 기획하는 식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오프라인 매장 공간을 서로 다른 사업부가 융합해 구성하고 운영함으로써 시너지를 창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존한 마트와 슈퍼는 매장 구조 혁신, 물류 기지화 등으로 수익을 높일 예정이다. 아울러 롯데는 3,900만명의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새로운 개인별 맞춤 서비스도 개발할 예정이다.
강 부회장의 이런 청사진은 지난달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상반기 롯데 사장단회의(VCM)’ 당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기존 틀을 깨고 시장의 룰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 데 대한 화답으로 풀이된다. 유통업계에서 롯데의 위상을 감안할 때 앞으로 오프라인 점포에 대한 고강도 구조조정이 줄을 이을 거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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