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칼럼을 통해서 내가 하려는 일은 이런 것이다. 외계인의 눈으로 사회와 언어, 삶의 얽히고설킨 관계를 들여다보는 것, 당연하다며 지나치는 그 접촉의 순간들을 정지 버튼을 누르고 살펴보는 것. ©게티이미지뱅크

우주선이 도착했다. 매끈한 타원형의 은빛 우주선이다. 넓은 초원 지역에 크롭 서클을 그리며 사뿐히 내려앉았으면 꽤나 목가적인 풍경이었을 텐데, 이 우주선들은 세계의 대도시 위에 두둥실 떠 있다.

지구 종말을 경고하는 뉴스를 보고 있을 때, 내 연구실 문을 박차고 검은 정장을 입은 이들이 들이닥친다. 선생님 미안하지만 함께 가주셔야겠습니다. 아니 왜 저죠? 선생님께서는 외계인들의 언어를 연구해서 그들과 소통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왜 저냐구요? 이 세상에 언어학자가 만 명쯤 있고 그 사람들을 똑똑한 순으로 줄을 세운다면 저는 구천구백구십구 번째로 서서 저보다 잘난 언어학자들의 뒤통수를 바라보고 서 있어야 한다구요! 아니, 제가 외국인들을 가르쳤지 외계인을 가르친 게 아니잖아요? 외국인이든 외계인이든 인류의 운명이 선생님한테 달렸습니다. 협조해 주시죠.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이야기는 미국 소설가 테드 창의 작품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 ‘컨택트’의 내용을 패러디한 것이다. 농담이지만, 혹 누가 알겠는가? 어떤 평행 우주에서는 이런 일이 정말로 일어나고 있을지. 그 우주에서는 외계인과 소통하라는 임무가 어떤 명민하지 못한 언어학자에게 주어지고, 그는 인류의 운명을 냉면과 함께 시원하게 말아 먹는다. 끝.

이렇게 칼럼이 끝나면 안 되니까 이제 나는 평행 우주의 외계인이 처음으로 한국인들과 접촉하는 순간들을 상상해 본다. 그 순간들은 이내 수많은 물음표로 채워질 것이다. 그런데, 이런 물음들은 외계인들만 던질 수 있는 것인가? 생각해 보면 나 또한 궁금한 게 한가득이다.

그런 질문들 중 하나는 바로 이런 것이다. 왜 지역 방언은 TV나 영화에서 개그의 언어나 폭력의 언어로 소비되는가? 외계인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자. 지방에 착륙해 정착한 외계인들이 TV를 본다면 방송에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방언 사용자가 나오지 않는 것을 의아해할 것이다. 물론 가끔 지역 방언 사용자가 나올 때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어김없이 ‘웃기는’ 역할로 등장한다. 시청자들도 ‘이미’ 웃을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러나 지방에 정착한 외계인들은 지역 방언이 진지한 소통의 도구이지 ‘웃기는 말’이 아님을 알 것이다. 외계인들은 머리를 싸매겠지. 이건 어떻게 된 거지?

우리는 한국어가 단일하고 균질한 것이며, 한국 사회 구성원 모두가 동일한 장면에서 동일한 말을 사용(해야)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 믿음은 실제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를 지우고 그 자리에 ‘국어’(라고 쓰고 표준어라고 읽는다)라는 거대한 이름을 채워 넣음으로써 완성된다.

TV나 신문과 같은 매체는 그 믿음을 확인하고 공고히 하는 성소이며, 이런 성소에서의 지역 방언 사용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불경한 행위이다. 그러나 웃음은 불경죄를 무마시킨다. 즉 웃음은 지역 방언 사용자가 스스로를 광대로 만듦으로써 ‘국어’라는 체제에 아무런 해가 되지 않는 존재임을 증명하는 전략이다. 반대로 폭력과 연결시키는 것은 지역 방언을 통제되지 않는 존재, 즉 체제 밖의 존재로 치부해버리기 위함이다. 어느 쪽이든 국어의 영토 안에서 지역 방언은 시민권이 없는 원주민, 불법체류자가 아닌 불법체류자다.

인지하지 못하지만 이처럼 우리는 실제 자신이 사용하는 언어를 부정한다. 외계인들 입장에서는 사뭇 생경하게 느껴질 풍경이다. 그러니까 이 칼럼을 통해서 내가 하려는 일은 이런 것이다. 외계인의 눈으로 사회와 언어, 삶의 얽히고설킨 관계를 들여다보는 것, 당연하다며 지나치는 그 접촉의 순간들을 정지 버튼을 누르고 살펴보는 것.

어쨌든 부디 다른 평행 우주에 있는 내가 여러분과 지구를 구할 수 있기를 빌어 본다. 그런데 우리들 사이에 숨어 있는 외계인이 한국어 초급 교재 풍으로 이렇게 물어 볼지도 모르겠다. 이게 칼럼입니까? 네. 칼럼입니다.

백승주 전남대 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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