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를 과학적이고 배우기 쉽다고 말하지만, ‘한국어’와 이를 받쳐 적는 문자인 ‘한글’을 구분하지 않은 결과이다. 문자인 한글은 배우기 쉽지만, 한국어는 다른 언어권의 외국인에게 어려운 언어로 손꼽힌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모든 언어에는 고유의 문법이 존재한다. 그런데 ‘법’이 의미하는 것과는 달리, 문법은 규칙적이지 않다. 외국어 초급학습자는 자국어와 다른 문법 구조에 흥미를 느끼지만, 고급으로 갈수록 문법에 도리어 발목을 잡히는 경우가 많다.

영어로 문장을 만들 때 한국인을 괴롭히는 것은 뜻밖에 단순한 것들이다. 예를 들어 a(부정관사)와 the(정관사)는 영어 문법의 맨 앞에 나오는 것이라 모어 화자에겐 익숙하겠지만, 비영어권 사람이 능숙하게 다루기는 힘들다. 영어 교재의 첫 쪽에 등장하는 “I am a student”의 ‘a’가 우리를 계속 괴롭히듯이, 한국어 교재의 “나는 학생입니다”의 ‘나는’은 외국인을 줄곧 애먹인다. 외국인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이 ‘나는’과 ‘내가’의 쓰임을 구분하는 것이라고 하니, 영어처럼 한국어도 문법책 첫 장이 발목을 잡는 셈이다.

한국인은 꼬맹이라도 ‘는’과 ‘가’를 척척 구분하지만, 외국인은 한참을 고민해야 한다. “옛날에 늑대(는/가) 있었습니다. 그 늑대(는/가) 울보였습니다. 늑대(는/가) 울자 비(는/가) 내렸습니다. 늑대(는/가) 비(는/가) 슬퍼서 더 울었습니다.”

흔히 한국어를 과학적이고 배우기 쉽다고 말하지만, ‘한국어’와 이를 받쳐 적는 문자인 ‘한글’을 구분하지 않은 결과이다. 문자인 한글은 배우기 쉽지만, 한국어는 다른 언어권의 외국인에게 어려운 언어로 손꼽힌다. 조사, 접사, 어미를 활용하여 문장을 만드는 방식부터가 낯설고 복잡할뿐더러, 어조에 따른 변이형들이 매우 불규칙하게 존재한다. 이렇게 어려운 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한국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그들을 힘든 길로 이끈다. 쉽지 않은 그들의 여정에 우리가 따뜻한 선생이 되어 주는 것은 어떨까?

강미영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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