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식사를 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는 이는 없겠지만 과연 자신의 식사량이 적당한지 깊이 고민하는 이는 많지 않은 것 같다. 우리 몸은 약 100조개의 세포로 구성돼 있다. 이들이 자기가 맡은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 덕에 우리는 생명을 유지하며 산다. 이들 세포가 원활하게 기능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양의 각종 영양소가 공급돼야 한다. 그렇다면 영양소를 얼마나 공급해줘야 하는 걸까.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후 4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 사람들의 생활은 근육 노동에 크게 의존했다. 이 때문에 많은 양의 영양소가 공급돼도 늘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사람들도 작거나 깡마르고 초라한 체격이 대부분이었다. 영양소 부족이 짧은 수명의 한 원인도 됐다.
사실 배고픔은 100만개 이상의 세포들이 영양을 충분하게 공급받지 못했을 때 영양소를 더 달라고 몸이 우리에게 보내는 신호다. 부족한 특수 영양소의 공급을 독려하기 위해 단맛, 고소한 맛 그리고 짠맛으로 신호를 보낸다. 단맛은 에너지 생산을 위한 포도당의 공급을, 고소한 맛은 지방과 단백질의 부족을 그리고 짠맛은 염분의 부족을 알리는 신호다.
최근 획기적인 경제 성장과 사회 발전으로 이제 대부분은 우리 몸 세포에 필요한 영양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영양 공급 과잉이라는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생활의 많은 부분을 근육에 의존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전보다 칼로리의 필요량이 감소했다. 식사량도 줄이는 게 맞다. 그러나 배고픔이 사라졌는데도 단맛, 고소한 맛 그리고 짠맛으로 조리된 다양하고 맛있는 음식이 식당이나 집에서 과잉 공급되고 있다. 사람들은 배고픔을 면하는 게 아니라 포만감을 느껴야만 행복해 한다. 결과적으로 영양소가 과다 공급되며 비만이나 과체중 그리고 복부비만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나아가 암을 비롯한 각종 질병의 발생 위험 증가와 수명 단축 등의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
과도한 영양소의 공급으로 쓰고 남는 영양소는 주로 지방으로 변형돼 몸 여기 저기에 저장된다. 세포들도 불필요한 업무로 인한 과로에 노화가 촉진되고 있다. 그나마 젊은 층은 키와 체격이 커진 만큼 이에 적응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성장이 다 끝난 세대에겐 해결책이 없다. 과식이 고령자들에게 더 큰 문제가 되는 이유다. 특히 60대 이상의 복부 비만은 영양이 과도하게 공급되고 있고 여러 건강 문제들이 함축돼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보건의료 및 영양학자들이 소식, 간헐적 단식 그리고 비만수술 등을 적극적으로 권고하는 것도 이처럼 과도한 영양공급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목적이다. 그럼 무엇부터 해야 할까. 1년 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에선 산하 모든 식당 및 판매점에서 설탕이 가미된 음료수를 전부 제거했다. 최근 전 직원의 허리둘레를 재봤더니 평균 2.3㎝ 줄었다고 한다. 과식을 막는 데에 참고할 만한 뉴스다.
김일순 한국골든에이지포럼 대표회장(연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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