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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방송 “미국이 신종 코로나 배후?”… 황당 음모론 난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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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방송 “미국이 신종 코로나 배후?”… 황당 음모론 난무

입력
2020.02.10 23:00
수정
2020.02.11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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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국영방송 채널원의 저녁 황금시간대 뉴스 프로그램 ‘브레먀’는 지난 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 연루돼있다는 음모론을 보도해 논란을 불렀다. 모스크바 타임스 유튜브 캡처
러시아 국영방송 채널원의 저녁 황금시간대 뉴스 프로그램 ‘브레먀’는 지난 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 연루돼있다는 음모론을 보도해 논란을 불렀다. 모스크바 타임스 유튜브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내 신종 코로나 확산에 연루돼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관련한 음모론이 전 세계로 퍼지면서 국가간 갈등으로까지 번질 기세다. 최근 한 러시아 방송은 신종 코로나 확산의 배후로 미국 정보기관과 제약회사,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까지 거론하며 음모론을 제기했다. 신종 코로나가 중국의 생화학전 프로그램에서 비롯됐다는 미 상원의원의 발언에 미국 주재 중국대사가 격하게 항의하는 일도 있었다.

9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방송 채널원은 최근 저녁 뉴스 ‘브레먀’와 정치 토크쇼 ‘브레먀 포카젯’에서 미 정보기관이 코로나를 의도적으로 만들어 퍼뜨렸다는 내용의 음모론을 잇따라 전했다. 고의적인 유포를 통해 미 대형 제약사들은 백신 제조로 이익을 보고 중국에도 막대한 경제적 타격을 입히는 데 성공했다는, 일종의 낭설이다.

문제는 해당 방송이 겉보기엔 음모론을 파헤치는 형식이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일말의 진실이 담겼을 수도 있다는 식의 애매한 결론을 낸다는 점이다. 일례로 방송에 출연한 기자는 “사망자 대다수가 중국인”이라며 “신종 코로나가 동양인에게 치명적으로 설계된 ‘인종적 생물무기’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판단에 신중한 전문가들조차 어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한다”는 말을 교묘하게 덧붙였다.

러시아 국영방송 채널원의 저녁 뉴스 프로그램 ‘브레먀’ 보도 중 한 전문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동양인을 겨냥한 ‘인종적 생물무기’라는 음모론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 모스크바 타임스 유튜브 캡처
러시아 국영방송 채널원의 저녁 뉴스 프로그램 ‘브레먀’ 보도 중 한 전문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동양인을 겨냥한 ‘인종적 생물무기’라는 음모론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 모스크바 타임스 유튜브 캡처

브레먀 뉴스 진행자 역시 ‘코로나’가 러시아와 라틴어로 ‘왕관’을 뜻한다며 과거 미인대회를 주관하면서 수상자들에게 왕관을 수여해 온 트럼프 대통령이 배후에 있을 수 있다는 황당한 멘트를 내놓았다. 그러나 코로나는 이 바이러스를 전자현미경으로 보면 표면이 왕관 모양처럼 보여 붙여진 명칭이다.

이 같은 보도 행태를 전한 BBC는 “러시아 방송들은 음침한 서방 엘리트들, 특히 미국을 어떻게든 비판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심지어 러시아 매체인 모스크바타임스조차 채널원의 해당 방송 장면을 유튜브에 올리면서 “국영방송에서 방영할 만한 내용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을 정도다. 이와 관련, 미 국방부가 신종 코로나 관련 괴담이나 가짜 뉴스의 진원지로 러시아 정부가 운영하는 관영 매체를 의심하고 추적 중이라는 미 뉴스위크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톰 코튼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아칸소주)이 지난 3일 국회의사당을 걸어나가고 있다. 상원 군사위원회 전략군소위원장인 코튼 의원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중국의 '생화학무기' 개발 프로그램과 연관돼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톰 코튼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아칸소주)이 지난 3일 국회의사당을 걸어나가고 있다. 상원 군사위원회 전략군소위원장인 코튼 의원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중국의 '생화학무기' 개발 프로그램과 연관돼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 음모론은 미중간 새로운 외교 갈등도 부추기고 있다. 추이텐카이(崔天凱) 주미 중국대사는 이날 미 CBS방송 인터뷰에서 ‘신종 코로나가 중국 생화학무기 프로그램에서 파생됐다’는 톰 코튼 공화당 상원의원의 추측을 강력히 비판했다. 추이 대사는 “(코튼 의원의 발언은) 전적으로 미친 소리”라며 “공포를 조장하고 인종차별과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를 부채질 하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이어 “바이러스가 중국이 아닌 미국 군 시설에서 나왔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반격하기도 했다.

코튼 의원은 최근 미군 고위직이 참석한 청문회에서 신종 코로나가 발병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 위치한 중국과학원 산하 국가생물안전실험실과 연관됐을지 모른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그는 추이 대사의 인터뷰가 공개된 뒤에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음모나 이론이 아닌 사실”이라며 기존 주장을 고수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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