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적대사회] “브렉시트 후 영국 최대 과제는 피해 최소화 논의”
알림

[적대사회] “브렉시트 후 영국 최대 과제는 피해 최소화 논의”

입력
2020.02.10 04:30
13면
0 0

 브렉시트 전문가 위트맨 영국 켄트대 정치ㆍ국제관계학 교수 인터뷰 

리차드 G. 위트맨 영국 켄트대학교 정치-국제관계학 교수.
리차드 G. 위트맨 영국 켄트대학교 정치-국제관계학 교수.

“존슨 내각의 2020년 최대 과제는 영국에 가장 적은 피해가 남도록 유럽연합(EU)과 협상을 성실하게 하는 것입니다.”

리처드 G. 위트맨 영국 켄트대학교 정치ㆍ국제관계학 교수는 지난해 연말 기자와 만나 총선을 승리로 이끈 보리스 존슨 총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을 묻는 질문에 “무리한 브렉시트는 과거와 다른 또 다른 사회 갈등과 비용을 낳을 수 있다”며 이같이 답했다.

위트맨 교수는 그동안 브렉시트에 관한 다양한 연구 논문을 발표한 영국 내부에서도 대표적인 브렉시트 전문가다. 그는 외교ㆍ안보 분야 세계 최정상급 싱크탱크 중 하나로 평가받는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채텀하우스)에서도 방문 학자로 이 문제를 연구해 왔다.

영국은 EU 회원국 지위를 벗어나는 브렉시트를 놓고 2016년 국민 투표 이후 3년 여간 심각한 사회 갈등을 겪어 왔다. 브렉시트를 국민 투표에 부친 데이비드 캐머런은 물론, 그 자리를 이어 받은 테리사 메이 총리도 이 문제를 효과적으로 처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지난해 7월 정국 혼란 속에 총리 자리에 오른 보리스 존슨은 브렉시트 찬성안이 의회에서 여러 차례 부결되자 조기 총선을 실시해 브렉시트를 완수했다.

이 때문에 브렉시트로 영국 사회가 다시 통합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하지만 위트맨 교수는 “브렉시트 논란으로 사회 갈등이 더 심화된 것은 없다”며 이러한 전망을 일축했다.

그는 “밑바닥에 쌓여 있던 사회 문제와 구성원 간 이견 등이 ‘브렉시트’를 계기로 밖으로 표출된 것”이라며 “비효율적일 수 있지만, 하나의 최종 결정을 내리기 위해 여러 번 투표를 거듭한 것은 오히려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도 강조했다.

다만 위트맨 교수는 브렉시트 후 영국이 어떤 길로 나아갈지를 정하는 데, 3년여간 이어진 혼란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브렉시트 후 영국이 유럽에서 실제로 얼마나 떨어져 나가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총선에서 승리한 보수당 내각이 EU와의 협상에 진지하게 임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위트맨 교수는 영국이 선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크게 노르웨이 모델과 미국 모델을 제시했다. 노르웨이 모델은 비록 EU 소속은 아니지만 EU와 관세동맹으로 묶여 기존과 비슷한 기준으로 무역거래를 계속하는 것을 뜻한다. 반면 미국 모델은 EU 시장과 완전히 분리되는 것으로 영국과 EU 사이에는 높은 무역 장벽이 생기게 된다.

위트맨 교수는 “영국이 미국처럼 EU시장에서 완전히 떨어져 나와 세계 여러나라와 별도 자유무역협정(FTA)을 맺는 게 영국 경제에 더 도움이 된다고 보는 논리도 있다”며 “그러나 EU는 지금까지 영국의 가장 큰 시장으로 노딜 브렉시트는 영국 경제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EU의 각종 금융기관이 영국에 몰려 있는데, 영국이 EU와 완전히 결별하는 것은 EU 쪽에도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위트맨 교수를 비롯한 대다수 경제 전문가들도 브렉시트는 영국 경제에 부정적이라고 보고 있다. 브렉시트로 인해 ‘열린 노동시장’, ‘편리한 EU 시장 접근성’ 등 영국 경제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 사라지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총선을 승리로 이끈 보리스 존슨 총리는 ‘EU와 심도 있는 협의를 하라’는 전문가들의 조언에도 현재 속전속결식 브렉시트 완수를 추구하고 있다.

위트맨 교수는 “경제적 우려에도 영국 국민들이 브렉시트를 선택한 것은 ‘유럽의 한 부분’으로 존재하지 않으려는 영국 특유의 자존심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브렉시트가 결정된 이상 영국과 EU 양쪽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논의를 지속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런던(영국)= 글ㆍ사진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