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살인 등 인정하지만 공소시효 지나 공소권 없음”
경찰이 진범 논란으로 재심이 시작된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재수사 착수 6개월 만이자 사건이 발생한 1988년 이후 32년 만이다. 다만 경찰이 8차 사건의 진범으로 지목한 이춘재는 공소시효가 모두 지나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는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과 관련, 이춘재를 살인 및 강간치사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6일 밝혔다. 하지만 공소시효가 만료됨에 따라 ‘범죄 혐의는 인정되나 공소시효가 지나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또 당시 이 사건을 수사한 검사와 경찰 등 8명을 직권남용 체포·감금과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등의 혐의로 함께 검찰에 넘겼다. 당시 경찰 등은 이춘재가 아닌 윤모(52·당시 22세)씨를 범인으로 지목, 감금과 가혹행위를 일삼아 거짓 자백을 받아냈었다.
이춘재는 1988년 9월 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박모(당시 13세)양의 집에서 박양을 성폭행하고 목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춘재는 “동네 구멍가게에서 술을 마시고 집으로 가다가 대문이 열려 있는 집이 보였다”며 “방문 창호지에 난 구멍으로 안을 들여다봤는데 남자가 있었으면 그냥 가려고 했지만, 여자가 자고 있어서 들어가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이날 검찰에 넘겨진 당시 관할 경찰서 형사계장 A씨와 검사 B씨 등은 과거 이 사건을 수사하면서 피의자로 특정한 윤씨에게 각종 불법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영장도 없이 75시간 동안 윤씨를 불법 감금 폭행하고 잠을 재우지 않는 등 가혹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윤씨는 경찰 등의 가혹행위에 못 이겨 거짓 자백해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아 무기징역이 선고됐다가 20년 후 모범수로 가석방됐다.
영원히 덮일 것처럼 보였던 연쇄살인사건은 경찰이 확보한 증거품에서 이춘재의 DNA가 확보됐고, 이춘재가 자백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이춘재는 특히 8차 사건도 자신이 저지른 것이라고 밝혔고, 윤씨는 재심을 청구했다.
경찰은 원활한 재심 진행을 위해 본격적인 재심 시작 전 사건을 송치하기로 결정했고, 재심 첫 공판준비기일인 이날 8차 사건을 송치했다.
이어 8차 사건과 별개로 나머지 연쇄살인 및 강간 등에 대한 사건도 최대한 빠른 시일에 한꺼번에 송치한다는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춘재 자백에 이상한 점은 없는지, 여죄는 없는지 등 어떠한 의혹도 남지 않도록 수사하겠다”며 “8차 사건의 재심이 결정돼 우선 송치했으며 나머지 사건에 대해서도 진실이 완전히 규명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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