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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언어번역기] 황교안의 ‘종로 방정식’, 답은 정해져 있다

입력
2020.02.06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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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법 외면하고 스스로 고차 방정식으로 만들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경북 지역 의원들과의 만찬 자리에 들어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경북 지역 의원들과의 만찬 자리에 들어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모든 정치인에게 지역구 선택은 난제다. 차기 대선을 바라보는 이라면 더욱 그렇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앞에는 ‘종로 방정식’이 놓여 있다.

애초 1차 방정식이던 이 문제는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당사자인 황 대표가 “이리 오라면 이리 가고 하는 건 합당하지 않다”고 불쾌감을 내비치는가 하면, 당 공천관리위원회도 이를 두고 시끄럽다.

황 대표 주변에선 여권이 만든 ‘종로 프레임’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는 충언을 많이 하나보다. 정말 그럴까. 방정식을 풀어보자.

 ◇이광재 “종로는 명실상부 정치 1번지” 

황 대표가 대선주자인 데다 제1 야당의 대표라서 문제다. 종로는 역대로 거물 정치인들이 도전장을 내민 지역구다. 그래서 정치 1번지로 불린다. 윤보선ㆍ이명박ㆍ노무현 전 대통령도 이 곳을 거쳤다.

노 전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을 지낸 이광재 여시재 원장은 2004년 종로를 두고 “전ㆍ현직 국회의원 120여 명, 교수가 3,000여 명 사는 동네이자, 하루 유동 인구가 수백만 명인 막대한 상권이기도 하다”며 “그래서 명실상부한 정치 1번지”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그래서 만만치 않고, 그러니 큰 정치인이라면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의미다.

 ◇선택지 #1. 종로 출마 

황 대표가 종로에 출마한다면, 아마 쉽지 않은 선거가 될 것이다. 대선주자 사전 선호도 조사에서 수개월째 1위를 하고 있는 이낙연 전 총리와 맞붙을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보수 성향이자 새누리당(한국당 전신) 대표를 지낸 이정현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 선언까지 했다. 이 의원은 완주를 장담해 보수표 분열이라는 변수까지 생겼다.

그러니 황 대표가 종로에 후보로 나선다면, 본인 선거로 사투를 벌이느라 당 전체의 선거 지원을 할 수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그러나 종로 빅매치는 언론에서 집중 보도할 테고, 황 대표의 선거운동 자체가 소속 후보들을 지원하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패배하면 물론 대선가도에 흠집이 생기긴 할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부정적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후일 도모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당을 위한 희생의 리더십이라는 포인트를 쌓았으니까.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 법칙은 정치에도 적용된다.

 ◇선택지 #2. 다른 지역으로 출마 

황 대표가 종로 아닌 다른 지역구를 택한다면 어떨까. 종로만큼 명분을 갖춘 곳이 과연 있을지 의문이다. 하필이면 황 대표는 고등학교도, 대학도 모두 종로에 있는 경기고(현재는 이전)와 성균관대를 나왔다.

게다가 어느 지역구를 가든 ‘이낙연 무서워서 피했다’는 꼬리표가 붙을 테고 ‘겁쟁이’ 이미지도 증폭될 것이다. 여기에다 비(非) 종로 지역구에서 낙선하기라도 한다면? 아마 정치 재개는 쉽지 않을 것이다.

 ◇선택지 #3. 불출마하고 선거 지휘 

아예 총선에 불출마하는 길도 있다. 당의 선거사령탑을 하겠다면서 말이다. 선거대책위원장에게 지휘를 맡기고 백의종군하며 후보들의 지원 유세를 다닐 수도 있겠다. 자신이 낙선할 여지를 원천 봉쇄하는 전략이다.

이 경우 한국당이 총선에서 선전하든, 그렇지 않든 당내에서 황 대표의 입지가 남아 있을까. 총선 이후에도 여전히 원외 당 대표의 설움을 견뎌야 할 것이고, 심지어 현역 의원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공천권이라는 입김도 사라져 풍찬노숙 신세가 될 지 모른다. 한국당이 총선에서 참패라도 한다면? 황 대표도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건 물론이고, 아예 정치의 뜻은 접어야 할 것이다.

황 대표의 종로 방정식은 결국 처음부터 답이 정해진 문제였다. 그런데도 시간을 끌고 있으니, 더 처지가 불리해진다.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히는 꼴이다. 정치판에서 어떤 문제든 다 통하는 공식이 하나 있다. 다 걸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는 진리다.


김지은 논설위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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