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서 백신 개발 첫 성공, 임상시험 1년 걸려
전 세계로 확산일로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에는 백신은커녕 아직 변변한 치료제도 없다. 그렇다고 넋 놓고 앉아 전염병에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 미국과 중국, 호주 등 각국 연구기관들이 앞다퉈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에볼라 등 다른 바이러스에 쓰인 약물이 혹시 신종 코로나에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섣부른 판단이지만 성공 사례도 하나 둘 들리는 게 고무적이다.
태국에서는 확진 환자가 독감 치료제와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제 혼합물을 처방받은 뒤 호전된 사례가 보고됐다. 태국 보건부는 2일(현지시간) 열흘 동안 신종 코로나 양성반응을 보인 71세 환자에게 독감 치료제 오셀타미비르와 HIV 치료제 리토나비르ㆍ로피나비르를 투여하자 “48시간 만에 음성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다만 모든 환자에게 효능이 입증된 건 아니다.
중국 보건당국도 미 제약회사 애브비ㆍ존슨앤존슨 등의 지원을 받아 이미 HIV 치료제를 환자들에 시험투여하고 있다. 아울러 베이징의 한 병원은 3일부터 4월 27일까지 우한 확진자 270명을 대상으로 에볼라 체료제 렘데시비르를 임상시험한다. 미 제약회사 길리어드 사이언스가 개발한 이 약은 아직 미 식품의약국(FDA)의 허가조차 나지 않았다. 허나 사안이 시급한 만큼, 중국 당국은 통상 신청부터 승인까지 두 달 걸리는 신약 임상시험 절차를 빠르게 마쳤다. 약효가 입증되면 승인 기간도 앞당겨 빠르게 약을 출시할 계획이다.
바이러스를 근본적으로 퇴치할 백신 개발에도 여러 연구진이 뛰어 들었다. 첫 백신 소식은 홍콩에서 나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위안궈융 홍콩대 교수 연구팀이 신종 코로나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고 알렸다. 중국 질병통제예방센터(CCDC)와 미 국립보건원(NIH) 산하 알레르기ㆍ감염병 연구소 및 전염병예방혁신연합(CEPI)도 백신 개발에 이미 착수한 상태이다. CEPI는 늦어도 8개월 안에 백신을 생산해 여름부터 인체 대상 임상시험에 착수하겠다는 일정을 발표했다. 이밖에 중국 상하이 푸단대 연구팀과 미 3개 연구기관이 협력 연구를 수행 중이며, 캐나다의 최첨단 백신 연구소 비도 인터백 역시 백신 개발을 선언했다.
호주와 일본, 이탈리아에서는 자체적으로 바이러스 샘플 확보에 성공했다는 보도가 전해졌다. 치료제와 백신, 바이러스 샘플 등 다양한 준비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신종 코로나 정복 작전에도 한층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물론 과제는 남아 있다. 백신 개발에 성공한들 최소 수개월에서 1년 이상 걸리는 임상시험 단계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RNA바이러스인 신종 코로나가 DNA바이러스보다 변이가 빠르고 자주 일어난다는 점도 넘어야 할 산이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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