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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정 “16세기 조선시대 여성의 힘을 대하소설에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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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정 “16세기 조선시대 여성의 힘을 대하소설에 담았습니다”

입력
2020.02.04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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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까지만 해도 박경리의 ‘토지’, 홍명희의 ‘임꺽정’, 조정래의 ‘태백산맥’ 같은 ‘대하소설’은 교양의 척도였다. 하지만 소설의 길이가 점점 짧아지고, 과거 대신 현재의 삶에 집중하는 문화가 강해지며 대하소설은 점차 자취를 감췄다.

최근 완간된 장편소설 ‘금강’은, 이 대하소설의 명맥을 잇겠다는 포부로 시작된 소설이다. 구상부터 취재, 집필까지 장장 15년이 걸린 김홍정 작가의 이 소설은 16세기 중종반정(1506) 이후부터 임진왜란(1592) 시기까지 100년의 역사를 10권에 담아냈다.

소설은 당시 충청지역에 실제 있었던 반역사건 ‘이몽학의 난’을 모티프로 한다. 왕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게 된 백성이 직접 세상을 바꾸겠다며 들고 일어나는 과정을 섬세한 고증을 바탕으로 장엄하게 펼쳐낸다.

3일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만난 김 작가는 “한미 FTA 시위 때의 경험에서 출발한 소설”이라고 설명했다.

“2005년 부여에 있는 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했는데 지역민이 대부분 농민이었어요. 이분들과 함께 시위에 나갔다 우연히 ‘이몽학의 난’에 대해 듣게 됐죠. 자연스레 현실과 얽혀, 민중의 난이 왜 벌어지는지 생각하게 됐습니다. 혼자서 관련한 자료를 수집해 오다가,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겪은 뒤 더 이상 지체해선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게 나라냐’는 질문이 16세기 백성들의 역성혁명 시도와 겹쳐 보였습니다.”

소설 본문에는 중심 배경이 되는 충청도뿐 아니라 16세기 팔도 사투리가 맛깔스레 생동한다. 당시 언어의 복원작업에는 실제 대학에서 ‘방언학’을 공부한 작가의 전공이 뒷받침됐다. 이 책의 편집자이자, ‘토지’ ‘국수’ 등 각종 대하소설을 편집했던 임우기 문학평론가는 “언어학적 역량과 고증에 대한 실사구시적 정신이 이문구나 박경리에 비견할만한 작가”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김 작가는 “소설 속 시대 배경에 맞는 고어를 활용하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김홍정 '금강' 전10권
김홍정 '금강' 전10권

김 작가도 노력을 거듭했다. “특히 지명이나 관직을 정확히 고증하려 노력했어요. 예를 들어 소설에 나오는 ‘경덕궁’은 ‘경희궁’의 옛 이름인데, 지금 익숙하지 않으니 경덕궁이라 쓰고 각주를 달았죠. 계급언어도 사대부와 백성의 언어, 무녀들이 쓰는 언어가 다 달랐기 때문에 이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연구를 많이 했죠.”

‘대하소설’이라면 남성 중심의 영웅서사일 경우가 많다. 하지만 ‘금강’을 이끌어가는 중심인물 대부분은 여성이다. 조선 상단을 이끄는 대행수, 백성의 정신을 바로 세우는 선지자 등 강인하고 현실적인 리더역할을 해내는 여성 등장인물들은 가부장 질서가 득세했을 것이라 여겨지는 조선에 대한 새로운 인상을 제시한다.

김 작가는 “불교적 세계관이 이어지던 16세기까지만 해도 조선 땅에서 여성과 남성간 차별이 없었다”며 “17세기로 넘어오면서 성리학의 영향으로 여성들의 역할이 축소되고 안채에만 머무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늘날 여성들이 힘을 되찾는 것은, 지금껏 왜곡되고 잘못 진행되어온 것들을 다시 되찾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어요.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시기의 열망과 16세기 조선백성들의 열망이 다르지 않다는 점, 어쩌면 그게 ‘금강’이 역사소설임에도 불구하고 현재적인 의미를 갖는 것 아닐까요?”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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