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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대사회] “우파 집권당이 분배정책… 폴란드 좌·우파 개념 모호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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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대사회] “우파 집권당이 분배정책… 폴란드 좌·우파 개념 모호해져”

입력
2020.02.04 04:30
수정
2020.02.04 07:2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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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2> 폴란드 “이민자도, 유럽연합도 싫다”

야누슈 전 폴란드 부총리 인터뷰

야누슈 피에호친스키 폴란드 전 부총리.
야누슈 피에호친스키 폴란드 전 부총리.

지난해 10월 치러진 폴란드 총선에서 현 집권 세력인 '법과 정의당'(PiS)이 승리하자, 유럽연합(EU) 내에서는 폴란드가 민족주의를 바탕으로 반 EU정책을 더 강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됐다. 2015년 집권한 법과 정의당은 대외적으로는 EU 간섭 반대, 반(反)난민 정책 등을 강조하며 EU와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워왔다. 특히 사법부와 언론 장악 등 사회 통제 논란을 일으키며 1989년 레흐 바웬사가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쌓아온 민주주의 성과를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하지만 폴란드 민심은 외부 시각과 다소 온도차가 있었다. 법과 정의당이 반 난민, ‘성 소수자’ 차별 등 우파 민족주의 성향을 강조하고 있지만, 교육ㆍ환경에 대한 투자 확대, 복지비 지급 상향 등 좌파 성향의 분배 정책도 과감히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EU의 지나친 정치 경제 간섭을 법과 정의당이 효과적으로 막고 있어 이 정당을 지지한다는 시민의 목소리도 다수 감지됐다.

지난해 연말 기자와 바르샤바에서 만난 야누슈 피에호친스키 전 폴란드 부총리겸 재무장관도 폴란드 민주주의 후퇴에 우려에 대해서는 “외부의 단편적인 시각으로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야누슈 전 부총리는 2012년부터 약 3년간 부총리를 역임하며 폴란드 경제와 산업 정책을 주도했다. 2013년에는 브로니스와프 코모로프스키 당시 대통령과 함께 한국을 방문해, 한ㆍ폴란드 양국 경제 협력의 기초 정책 뼈대를 마련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야누슈 전 부총리는 “현 집권세력과 정치적 이해 관계는 없지만, 폴란드 민주주의가 훼손되고 있다는 시선은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한 편견”이라며 “아울러 투표 결과를 보면 현 집권세력에 반대하는 폴란드 국민도 50%가 넘어 폴란드 정치가 어느 한 방향으로만 향할 것이라는 우려도 지나친 기우”라고 강조했다. 그가 몸담고 있는 폴란드 농민당(PSL)은 공산주의에 반대하는 좌파 혁신정당에 뿌리를 두고 있으나, 최근에는 중도와 중도보수를 아우르는 정책도 펼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집권세력인 법과 정의당의 보수 우파와는 기본적으로 정치 노선을 달리하고 있다.

아누슈 전 부총리는 “사실 폴란드에서는 좌파와 우파의 개념이 점차 모호해 지고 있다”며 “우파라고 불리는 현 집권 세력이 대다수 국민이 수혜를 받는 ‘500플러스‘ 등의 복지 정책으로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이 이를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현 정부의 대표 복지 정책인 ‘500플러스’ 프로그램은 두 명 혹은 그 이상의 18세 이하 자녀를 둔 폴란드 내 가정에 매달 500즈워티PLN(약 15만 원)의 육아 보조금을 지원해주는 것으로, 다자녀 가구가 아니더라도 소득분위에 따라 대다수 국민은 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아누슈 전 부총리는 폴란드 민주주의 후퇴를 우려한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올가 토카르추의 발언도 열린 시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폴란드 정치 상황에 대해 누구라도 자신의 견해를 얘기할 수 있고, 토카르추 작가 역시 자신의 생각을 개인적 입장에서 자유롭게 밝힌 것으로 본다”며 “다만 폴란드 국민의 정치 만족도는 계속 올라가고 있고, 외부 자본도 폴란드 정치는 안정됐다고 판단해 계속 투자를 하는 만큼 폴란드 민주주의가 크게 후퇴했다고 보는 시각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누슈 전 부총리는 난민 쿼터제 시행에 반대하는 폴란드 정책에 대해서도 역사적 맥락을 우선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폴란드 내에 200만명 정도의 외국인이 거주하는 데 이중 절반 정도가 경제적 이유로 국경을 넘어온 이웃 우크라이나 사람들”이라며 “또 체첸 사태 등으로 폴란드로 들어온 이민-난민 숫자가 늘어, 이번 시리아 사태 때 추가 난민을 받는데 폴란드 정부가 상대적으로 인색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아누슈 전 총리는 이어 “폴란드 경제는 발전하고 있고, 세금을 내고 정당하게 노동하려는 이민자를 우리 사회가 반대할 필요가 없다”며 “현재 폴란드의 경제 성장률만 유지한다면 유입되는 이민자는 그렇게 큰 사회적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누슈 전 부총리는 폴란드 경제가 EU 회원국 중 가장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최근 경제 성장률이 둔화되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감을 나타냈다. 올해 있을 대통령 선거에서 집권 세력이 패배하게 된다면 민주주의 등 정치 이슈가 아니라 경제 분야 이슈가 주된 이유가 될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그는 “현 정부가 과감한 복지 정책으로 국민들 표를 얻었지만, 지난해를 기점으로 외국 자본 투자가 감소하고, 경제 성장률도 뚜렷이 둔화되고 있어 다른 정당이 집권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며 “복지 정책도 단순히 소비를 늘리는 데만 집중하고 경제 성장 동력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점도 현 정부 경제 정책의 약점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폴란드가 극복해야 할 가장 큰 과제를 묻는 질문에 한국을 언급하며 `안보와 경제 이슈를 분리해야 하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답변했다. 그는 “한국도 강대국에 둘러 쌓인 것처럼 폴란드 역시 그렇다”며 “안보 등의 이슈는 미국과 궤를 같이 하면서, 경제적 문제는 EU내에서 해결해야 해 선택을 신중히 해야 하는 게 가장 난제”라고 강조했다.

바르샤바(폴란드)=글ㆍ사진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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