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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헌 “친구 강하늘과 한 무대에 … ‘환상동화’ 11년 만에 꿈 이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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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헌 “친구 강하늘과 한 무대에 … ‘환상동화’ 11년 만에 꿈 이뤘어요”

입력
2020.02.03 04:3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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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최정헌은 친구 강하늘과 연극 ‘환상동화’ 무대에 서고 있다. 그는 “하늘이는 즐길 줄 아는 노력파”라며 “같은 길을 걷는 친구가 곁에 있어서 자극이 되고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배우 최정헌은 친구 강하늘과 연극 ‘환상동화’ 무대에 서고 있다. 그는 “하늘이는 즐길 줄 아는 노력파”라며 “같은 길을 걷는 친구가 곁에 있어서 자극이 되고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연극 ‘환상동화’ 덕분에 요즘 대학로가 들썩댄다. 배우 강하늘이 출연한다고 해서 ‘티켓 대란’이 벌어졌던 그 작품이다. 작품 자체도 유명하다. 2003년 초연 이후 수 차례 재공연되며 숱한 마니아를 양산했다.

배우 최정헌(31)도 그 마니아 중 한 명이었다. 2009년 스무 살 때 처음 보고 푹 빠졌다. 공연장 문을 나서면서 “우와” 하고 연신 감탄사만 쏟아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때 공연을 같이 봤던 대학 동기 친구녀석이 강하늘이었다. “우리 언젠가 저 무대에 함께 서자.” 두 친구는 11년 만에 그 꿈을 이뤘다.

최근 서울 이화동에서 마주한 최정헌은 “역할이 무엇이든 이 작품에 출연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뜻 깊다”며 활짝 웃었다.

‘환상동화’는 서로 다른 사상을 가진 사랑광대, 예술광대, 전쟁광대가 들려주는, 음악가 한스와 무용수 마리의 이야기를 그린다. 세 광대는 무성영화 속 변사처럼 내레이션을 주고받으며 극을 이끌어가고, 그 안에서 한스와 마리는 전쟁을 겪고 예술을 꿈꾸며 사랑을 나눈다. 최정헌은 한스 역을, 강하늘은 사랑광대 역을 맡았다.

“하늘이가 캐스팅됐다길래 ‘꼭 보러 가야겠다’ 생각만 했지, 제게도 출연 제안이 올 줄 몰랐어요. 예비군 훈련을 받고 있는데 원종환(예술광대 역) 선배가 뜬금없이 전화를 해서 스케줄을 묻더라고요. 동료 배우들이 저를 김동연 연출님께 추천했다는 거예요. 이번엔 한스 역이지만 다음엔 광대 역도 해 보고 싶어요.”

연극 ‘환상동화’에서 최정헌(왼쪽)은 전쟁에 징집된 음악가 한스를 연기한다. 스토리피 제공
연극 ‘환상동화’에서 최정헌(왼쪽)은 전쟁에 징집된 음악가 한스를 연기한다. 스토리피 제공

한스는 대사보다 몸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캐릭터다. 피아노 연주는 기본이고, 마임과 무용도 한다. 발레를 부전공한 최정헌에게 맞춤이다. 피아노는 처음 배웠다는데 얼마나 맹연습을 했는지, 라이브 연주가 아닌 줄 알았다는 반응도 심심찮게 들린다. “음이 틀리면 다른 캐릭터까지 몰입이 깨지게 돼요. 속으로 덜덜 떨면서 연주하고 있어요(웃음).”

‘환상동화’에는 삶을 통찰하는 대사들이 많다. “사람이란 비명과 함께 태어나 고통과 함께 살고 결국 절망하며 죽는다”(전쟁광대), “인생이란 가시 돋친 장미나무이며 예술은 그 나무에 피는 꽃이다”(예술광대), “사랑은 존재 그 자체이다. 내가 존재하고 이 세상이 존재하는 건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사랑광대) 등등. 듣고만 있어도 문학적이다. 최정헌 또한 “이미 알고 있는 대사인데도 매번 새롭게 들리고 매번 소름이 돋는다”고 했다.

영화 ‘동주’에 등장하는 시인 윤동주 역 강하늘(왼쪽부터), 독립운동가 송몽규 역 박정민, 문익환 목사 역 최정헌. 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영화 ‘동주’에 등장하는 시인 윤동주 역 강하늘(왼쪽부터), 독립운동가 송몽규 역 박정민, 문익환 목사 역 최정헌. 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영화 ‘박열’에서 일본제국주의에 맞서 싸운 불령사 단원들. 최정헌(맨 오른쪽)은 재일본노동총동맹 위원장으로 활약했던 정태성 역을 맡았다. 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영화 ‘박열’에서 일본제국주의에 맞서 싸운 불령사 단원들. 최정헌(맨 오른쪽)은 재일본노동총동맹 위원장으로 활약했던 정태성 역을 맡았다. 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영화 ‘변산’의 신스틸러 삼총사. 가운데 뽀글머리 청년이 최정헌이다. 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영화 ‘변산’의 신스틸러 삼총사. 가운데 뽀글머리 청년이 최정헌이다. 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이런 매력 때문에 최정헌은 무대를 사랑한다. 전주예고 연기 전공으로 일찍부터 연극을 했고, 정식 데뷔도 빨랐다. 중앙대 연극영화과 2학년 학생 시절에 2009년 재일동포 극작가 겸 연출가 정의신이 한국에서 올린 연극 ‘바케레타’에 발탁, 당시 연극학도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았다. 이후 ‘너와 함께라면’ ‘소라별 이야기’ ‘언체인’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등 여러 무대에 꾸준히 올랐다.

영화에서도 러브콜이 적지 않았다. 특히 이준익 감독과는 내리 세 작품이나 함께 했다. ‘동주’에서 시인 윤동주의 고향 친구 문익환 목사의 청년 시절을 연기했고, ‘박열’에서는 조선인 아나키스트 단체 불령사 단원으로 나왔다. ‘변산’에서는 주인공 박정민의 고향 친구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준익 감독님 아래서 월급 받으며 평생 영화 찍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행복한 촬영장이었어요. 저는 늘 말해요. 감독님이 제 롤 모델이라고요.”

올해는 연극뿐 아니라 드라마와 영화에도 더 많이 도전해 볼 생각이다. 유명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어서다. 그 경험이 무대를 더 풍성하게 만들어줄 거라고 믿는다. “무대에서 느끼는 숨막히는 긴장감이 제가 살아 있다는 걸 일깨워 줘요. 무대는 죽는 날까지 놓지 못할 겁니다.” ‘환상동화’는 3월 1일까지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 무대에 오른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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