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ᆞ檢 충돌, 양측에 상처 남기고 종료
검찰 특별수사 방식, 더는 신뢰 못얻어
尹총장, 비판 새겨 檢 환골탈태 이뤄야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지만 청와대ᆞ여당ᆞ법무부와 검찰 간 대립과 갈등은 휴화산처럼 활동 잠복기에 들어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유재수 감찰 무마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관련자들도 모두 재판에 회부됐다. 이제는 법원의 시간만 남았다.

조 전 장관에서 시작해 청와대까지 정면 겨냥한 검찰 수사는 전격 압수수색 이후 5개월 만에 일단락됐다. 하지만 이 전쟁의 승자와 패자는 여전히 가리기 힘들다. 검찰은 ‘살아 있는 권력’들의 중대 범죄를 강조하며 공소장에 적용 가능한 모든 혐의를 적시했고, 피고인이 된 이들은 검찰의 의도적이고도 정치적인 기획 수사 프레임을 앞세워 무죄 여론전에 불을 지피고 있다.

승패를 향한 공방전이 법정으로 옮겨 간 이제는 5개월 동안의 전쟁이 무엇을 남겼는지 돌아볼 때다. 우리 사회를 정확히 두 쪽 낸 이 전쟁으로 검찰과 현 정권은 모두 깊은 상처를 입었다. 검찰은 검찰대로 무차별 압수수색, 꿰맞추기 표적 수사, 자의적 수사 타이밍 조절 등으로 비난의 표적이 됐다. 현 정권도 과거 정권과 다를 바 없는 행태로 오만하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그러나 청와대와 검찰의 충돌은 긍정적 결과도 남겼다. 생각해 보라. 청와대와 검찰이 언제 이토록 극도의 긴장 관계를 형성한 적이 있었던가. 늘 청와대는 검사들의 권력ᆞ출세 지향적 성향을 활용해 인사로 권력 앞에 줄을 세우고 수사를 주물렀다. 이번에도 눈엣가시 같은 ‘윤석열 키즈’들을 쳐내는 인사로 논란을 초래하는 우를 범했지만 과거 같은 효과를 거두긴 어렵다.

이유는 하나, ‘사람이 아닌 조직에 충성한다’는 윤석열 검찰총장 때문이다.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등을 기소한 과정을 보라. 윤 총장은 이른바 ‘친문’으로 분류된 서울중앙지검장을 배제한 채 수사팀에 기소를 지시했다. 또 새로 임명된 대검 부장들조차 전ᆞ현직 청와대 수석ᆞ비서관들의 기소에 동의할 수밖에 없는 수사결과로 수사의 정당성을 확보했다.

그런 윤 총장이 일련의 사태에 책임을 느껴 사퇴하기를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윤 총장은 어떻게든 임기를 채울 것이고, 임기 내내 정권과의 관계는 불편할 게 분명하다. 어느 시점에는 검찰 범죄정보 캐비닛에 보관된 권력형 비리의 파일을 열 수도 있고, 예기치 않은 계기로 집권 세력에 대한 수사를 전개할 수도 있다. 윤 총장이 있는 한 정권이 긴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부정부패와 비리 예방 측면에서 보면 권력과 검찰의 긴장 관계는 바람직하다. 윤 총장이 조국 수사가 장기화하자 했다는 “현 정권의 성공을 위해 악역을 맡은 것”이라는 말은 그런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말 그런 심경이라면 윤 총장과 검찰은 먼저 무차별적이고 자의적인 특별수사 방식을 폐기하는 환골탈태의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

환부만 도려내는 수술이 아닌, 단지 “암이 될 수도 있다”는 이유로 장기 이곳저곳을 마구 뒤져 잘라내는 수술을 배겨 낼 환자는 없다. 혐의가 드러날 때까지 무한정 압수수색을 하거나 지인들의 금융계좌를 마구 뒤지고, 장시간 조사와 별건ᆞ가지치기 수사 등의 압박하는 방식으로 얻어 낸 수사 결과는 정의롭지 않다. 윤 총장은 이런 수사 방식이 재연되지 않게 대못을 박아야 한다.

기소권을 멋대로 사용해 법 적용의 형평성을 해치는 적폐도 윤 총장은 청산해야 한다.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처리 결과를 보라. 검찰은 한국당 의원 38명을 불기소하면서 “피의사실은 인정되나 범행 과정에서 골절상 등 상해를 입었다”는 것 등을 이유로 들었다. “도둑질 하다 몸 다치면 도둑질이 없어지느냐”는 비판에서 보듯, 권력에 취한 오만한 검찰은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윤석열 총장과 검찰은 검찰에 쏟아진 비판의 본질을 성찰하고 스스로 구각(舊殼)을 깨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노력을 보여 주지 않으면, “수사권을 갖고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냐”라는 윤 총장의 말처럼, 검찰은 계속 국민들에게 ‘깡패’처럼 비칠 것이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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