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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집주인들, 임대료 5년간 못 올린다… 월세 더 비싼 서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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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집주인들, 임대료 5년간 못 올린다… 월세 더 비싼 서울은?

입력
2020.02.0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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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의 고속도로(아우토반) 위에 지어진 공공주택 ‘슈랑겐바더 스트라세’ 전경. SH공사 제공
독일 베를린의 고속도로(아우토반) 위에 지어진 공공주택 ‘슈랑겐바더 스트라세’ 전경. SH공사 제공

독일 수도 베를린이 주택 임대료 인상을 향후 5년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한국에서도 최근 치솟는 전ㆍ월세값에 추가 부동산대책의 유력 후보로 전ㆍ월세상한제 등이 거론되고 있어 세계적 대도시 베를린의 파격적인 실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지에서도 ‘부동산 불평등 해소’라는 주장과 ‘사유재산 침해’라는 반발이 팽팽하게 맞서며 당장 위헌소송이 제기됐다.

◇베를린 “임대료, 표준가의 120% 이하로 내려야”

1일 외신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베를린 의회는 지난달 30일 2014년 이전에 지어진 주택의 임대료를 5년간 동결하는 ‘임대료 동결법’을 통과시켰다. 사적으로 임대료 자동인상 계약 등을 체결했더라도, 법안이 제출된 지난해 6월 18일 이후 맺어진 계약은 무효가 돼 임대료가 동결된다. 베를린 당국은 150만~190만호가 이번 법의 적용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법안 통과의 배경은 임대료 폭등이다. 베를린의 평균 임대료는 2008년 1㎡당 5.6유로(약 7,330원)에서 2018년 11.4유로(약 1만4,930원)로 10년 간 두 배 이상 급등했다. 임대료 동결법은 주택 임대료가 표준금액인 1㎡당 9.8유로(약 1만2,840원)보다 20% 이상 높을 경우, 세입자가 인하를 요구할 수 있고 임대인은 이를 받아들이도록 했다. 임대료가 1㎡당 최대 11.8유로(약 1만5,500원)를 넘을 수 없도록 제한하는 셈이다. 법 위반 시 임대인에게는 최대 50만유로(약 6억5,480만원)가 벌금으로 부과된다.

이에 따라 표준금액보다 높은 베를린의 임대료는 대폭 인하가 불가피해졌다. 또 주택 임대료를 올릴 수 있는 조건도 매우 까다로워졌다. 베를린 시는 기존 임대료가 1㎡당 5.02유로(약 6,580원) 이하일 경우에만, 새 세입자에게 1유로(약 1,310원)씩을 올려서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아파트에 엘리베이터 등 현대식 장비가 3가지 이상 설치된 경우에도 새 계약시 1㎡당 1유로를 올릴 수 있다. 2022년부터는 임대료 상승이 가능하지만, 인플레이션 제한에 따라 1년에 최대 1.3% 인상이 한계다.

◇위헌소송 제기… 현지서도 찬반 거세

공익을 위해 사유재산을 과감하게 제한하는 이번 법안을 두고 베를린에서도 찬반 논란이 거세다. 법안은 재적 150명 가운데 85명 찬성, 64명 반대로 통과됐는데, 현재 베를린 의회는 사회민주당, 녹색당 등 좌파 계열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자마자 보수 야당인 기독민주당은 헌법재판소에 위헌소송을 예고했다. 기독민주당은 “위헌 판결 가능성이 높다”며 “임대 시장에 대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부동산분석학회가 지난해 9월 법무부에 제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베를린 내에선 임대료 동결보단 신축 주택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거세다. 임대료 동결법이 끝나는 5년 뒤엔 임대료 폭등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최근 국내에서도 일각에선 유사한 임대료 동결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작년말 “베를린 시장이 5년간 모든 월세 인상을 동결시켰다”며 “길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시장 권한이 아닌 게 답답할 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의 올해 1월 평균 전세가격은 1㎡당 550만3,000원에 달한다. 통계가 처음 작성된 2013년 4월(330만2,000원)과 비교하면 1.6배 이상 오른 금액이다. 전세가격을 올 1월 기준 전월세전환율(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비율ㆍ4.07%)로 환산하면 서울 아파트의 1㎡당 월세가격은 1만8,660원에 달해 베를린보다 더 높다.

다만 유사한 법안이 국내에 현실화될 가능성은 아직 낮아 보인다. 정부는 지난달 20일 법무부가 임대료 강제동결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와 여당은 임대료 인상률을 법으로 제한하는 전월세상한제 도입 필요성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공감하고 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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