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나라” 받지 못할 카드 던져 직접 창업한 바른미래 탈당 빌미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바른미래당 탈당을 선언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달 19일 귀국과 동시에 정치 일선에 복귀했다. 2018년 6월 서울시장 선거 패배 이후 정계를 떠난지 1년 7개월만이다. 안 전 대표는 복귀 직후 4월 예정된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를 찾아 비상대책위 구성 등 지도부 교체를 요구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곧장 탈당했다. 숨가쁜 정치적 행보다. 그의 시선이 꽂혀 있을 2022년 대선까지의 타임 스케줄이 바로 가동된 분위기다. 안 전 대표의 귀국 이후 행보를 분석하고, 그의 정치적 앞날을 전망하기 위해 본보 국회팀 기자들이 카톡방에 모였다.

나를 돌아봐(돌아봐)= 정치인 안철수가 다시 대중 앞에 섰습니다. 귀국 후 보름간 숨가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데 특징적인 모습들이 있나요.

소통관에 소통령(소통관)=철저하게 중도에 맞춘 행보를 하고 있습니다. 귀국 전 보수로 노선을 바꿀 것이란 관측도 있었지만 보수 통합 논의에는 선을 긋고 있습니다. 중도 행보도 반문재인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조국 사태로 촉발된 공정 이슈를 부각하며 현 정부에 실망한 민심을 모으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듯 합니다.

영등포 청정수(청정수)=안 전 대표 초반 행보 중 두드러진 게 '공정'을 키워드로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귀국 후 공식적으로 만난 첫 외부인사가 김경률 전 참여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이었는데요. 김 전 위원장은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당시 미온적인 참여연대를 강하게 비판했었죠. 김 전 위원장을 만난 안 전 대표는 "참 용기 있는 분"이라고 추켜 세웠습니다. 안 전 대표는 서울대 내에서 조국 반대 집회를 주도했던 청년들도 만나 "조국 사태와 검찰 학살 인사에서 드러났듯 현 정부가 직전 정부보다 훨씬 심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라고 비판 했습니다. 여권에 실망한 중도층 표심을 노린 행보 같습니다.

[저작권 한국일보]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귀국 이후 행보 및 주요 발언

돌아봐= 귀국과 동시에 모두의 예상을 깨고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는데 그 이유가 뭔가요.

소통관=2016년 총선 당시 국민의당이 일으켰던 녹색 돌풍의 영광을 재연하려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구도상 본인이 선수가 돼서 직접 선거를 뛰는 것 보다는 당의 상징으로 선거를 이끄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안 전 대표가 목표로 하는 2022년 대선 승리를 생각해서도 굳이 이번 총선에서 배지를 한번 더 다는 게 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을 한 것도 같고요.

청정수=지역구 승리에 골몰하는 게 아니라, 페이스메이커 역할로 총선에서 최대한 유리한 결과를 끌어 내고자 하는 거 같습니다. 이 분위기를 2022년 대선 레이스까지 끌고 가고 싶은 생각이 있을 겁니다.

돌아봐= 안 전 대표가 지난달 27일 원 소속인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를 찾아가 당권을 내놓으라고 요구했습니다. 안 전 대표의 귀국을 기다리던 손 대표가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는데요.

청정수= 안 전 대표가 처음 손 대표를 찾을 때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습니다. 안 전 대표가 바른미래당을 '우리'당으로 불렀고, 손 대표는 환영의 의미로 꽃다발도 건넸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 비공개 회동에서 벌어졌는데요. 이 자리에서 안 전 대표가 손 대표에게 사실상 당권을 내려놓으라고 요구하면서 분위기가 급격하게 바뀐거죠. 손 대표는 다음날 기자회견을 열고 “안 전 대표가 마치 개인 회사 오너가 최고경영자(CEO)를 해고하듯 최후통첩을 했다"고 비난하면서 두 사람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습니다.

꺼진불도 다시보자= 안 전 대표가 오면 ‘바른미래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 모든 도움을 주겠다고 마음 먹었다’는 손 대표 입장에선, 귀국 후 처음 만나 들은 소리가 “물러나라”였으니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것 같습니다. 기자들과 방송 카메라 불러놓고 면전에서 당 대표에게 물러나라고 최후 통첩할 지 상상도 못했다는 게 손 대표 입장입니다. 손 대표가 안 전 대표의 ‘무례함’을 강조하자, 이에 신경이 쓰였는지 안 전 대표도 “저는 원래 그렇게 무례한 사람이 아니다”라고 해명하기도 했습니다.

안철수(오른쪽) 전 국민의당 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인사한 뒤, 언론 퇴장을 기다리며 손 대표와 함께 찍은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돌아봐= 손 대표가 안 전 대표 요구를 거부하자 바로 탈당해 버렸는데요. 이를 지켜보는 바른미래당 내부 시선은 어떤가요.

소통관=바른미래당 탈당이 신당 창당을 위한 명분 쌓기란 시각도 있습니다. 안 전 대표는 귀국 전부터 직간접적으로 신당 창당 의사를 내비쳤습니다. 다만 정치는 명분 싸움이기 때문에 본인이 만든 바른미래당을 아무 이유 없이 버린다면 비판에 직면했을 겁니다. 기존 정치권을 줄곧 비판해 온 안 전 대표의 행보를 봐도 바른미래당으로 총선을 치르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손학규 대표가 "귀국할 때 이미 탈당과 신당 창당을 준비하고 각본에 따라 움직였다"고 비난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여의도 고영희(고영희)= 안 전 대표가 탈당하면서 안철수계 바른미래당 의원들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7명 중 권은희 의원을 제외한 6명은 비례대표이기 때문에 탈당을 하는 순간 의원직을 상실하게 됩니다. 이 때문에 안 전 대표를 따라 바로 탈당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다만 20대 국회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2월 중순으로 확실시 되는 안 전 대표의 신당 창당 작업에 함께 하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돌아봐= 안 전 대표가 2016년 총선에서 호남에서 돌풍을 일으켰는데요. 이번에 귀국 후에도 첫 지방일정으로 광주를 찾았고요. 안 전 대표를 향한 호남 민심은 어떤가요.

올해도 뚜벅이(뚜벅이)= 안 전 대표가 정치 복귀를 선언하고 귀국할 때만 해도 호남에서 새 바람이 불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습니다. 실제 호남 의원들로 구성된 대안신당과 민주평화당을 비롯해 바른미래당 내 호남계 의원들 사이에서도 ‘과연 안철수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복귀하는 걸까’하는 기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안 전 대표가 바른미래당을 탈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호남 의원들도 거리를 두는 모습입니다. 안 전 대표가 아무래도 보수 통합 쪽에 마음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고영희=여의도 정치권에서는 2016년 20대 총선 당시 안 전 대표가 호남에서 일으켰던 '국민의당' 열풍을 재연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이후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의 합당 등으로 지역에서 영향력을 많이 잃었고, 이를 지켜본 호남 지역민들의 피로감도 상당했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돌아봐=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여권에서는 안 전 대표 복귀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요.

뚜벅이= 솔직한 말로 민주당에선 안 전 대표 존재 자체를 신경 쓰지 않습니다. 오히려 안 전 대표가 보수통합 쪽으로 보조를 맞춘다면 그것이야 말로 국민들의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만약 안 전 대표 독자적으로 제3지대에 당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눈 하나 꿈쩍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민주당의 속내입니다.

여의도 딸바봉= 민주당에서는 안 전 대표 복귀를 ‘호재’로 보는 측면이 있습니다. 이미 갈라진 중도ㆍ보수 표를 더욱 분산 시킬 수 있기 때문이죠. 단적으로 지난 대선 때 득표율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이 41%,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후보가 24%, 안철수 전 대표가 21%를 차지했습니다. 만약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와 안 전 대표가 단일화를 했다면 문 대통령의 당선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이번 총선도 마찬가지입니다. 안 전 대표와 황교안 한국당 대표,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이 통합에 실패하고 중도ㆍ보수 진영을 ‘갈라 먹기’ 한다면 민주당에 나쁠 것은 없죠. 설사 통합하더라도 안 전 대표 영향력이 예전만 하지 못하다는 게 민주당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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