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생산 폭스콘 공장, 애플 내달 중순까지 가동 중단키로
GM·르노 등 공장 재가동 연기… 현대차도 공장 재가동 미룰 듯
“반도체는 1초만 멈춰도 큰 손실” 삼성전자, 가전 라인만 중단 상태
“중국내 생산 공장들은 2월 10일까지 가동을 중단할 것이며, 예상 손실을 메우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28일(현지시간), 2019년 경영실적 발표자로 나선 팀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4분기에 역대 최대치인 108조원의 매출을 공개하면서도 ‘우한 폐렴 사태에 따른 불확실성’부터 우려했다. 애플의 주력 상품인 ‘아이폰’ 생산을 책임진 폭스콘과 페가트론의 공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발병지인 중국 우한을 비롯해 현지의 주요 도시 곳곳에 위치한 탓이다. 두 공장은 2월 중순까지 가동을 중단키로 결정했다. 천하의 애플도 사태 장기화 조짐에 신제품 수급 차질 가능성을 걱정해야 할 처지로 내몰렸다.
중국에 생산기지를 둔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우한 폐렴에 신음하고 있다. 예상치 못한 돌발변수로 ‘전면 생산 중단’ 위기에 직면하면서다.
30일 재계와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쑤저우(蘇州), 상하이(上海) 등 일부 지방 정부가 신종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춘제(설) 연휴를 재차 늘렸다. 이에 따라 애플과 삼성전자, 제너럴모터스(GM) 등 글로벌 기업들의 해당 지역내 공장 가동 중단도 내달 8~10일까지 연장됐다.
문제는 공장 가동 중단의 장기화 여부다. 하나의 완제품에 수백 개 부품이 들어가고 각각 원자재 수급부터 제조, 조립, 시험, 배송까지 각 단계가 사슬처럼 얽혀있는 세계 제조 공급망 체인에서 일부 단계가 마비되면 자칫 전체 공급망까지 무너질 수 있다. 애플 아이폰의 경우 우한 인근인 정저우(鄭州) 지역내 폭스콘 공장에서 전체 생산 물량의 50% 이상을 감당하고 있다.
대부분 글로벌 기업들은 생산 차질에 대비해 공급 체계를 이중화 했지만 애플의 경우엔 아이폰 조립 작업의 대부분이 중국내에서 이뤄지고 있다. 그 만큼 타격은 클 수 밖에 없다. 폭스콘 측은 성명서를 통해 “당국 휴일 일정에 따르고 있으며 전 세계 모든 주문을 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진 못했다.
중국에 진출한 자동차 기업도 애를 태우긴 마찬가지다. 우한은 GM, 르노, 푸조ㆍ시트로엥(PSA), 혼다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공장이 위치한 중국 ‘3대 자동차 산업도시’다. GM은 6,000여명이 근무 중인 우한 공장 재가동 시점을 10일로 연기했다. 혼다와 르노는 내달 9일까지 우한 공장을 닫고 PSA는 공장 폐쇄 후 우한 일대 직원들을 모두 프랑스로 귀국 조치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중국 조업 중단은 결국 세계 자동차 산업 악화로 연결될 수 밖에 없다고 분석한다. 칼라 발리오 오토모티브 리서치센터 대표는 “후베이성과 상하이 지역 자동차 공장들은 중국 자동차 생산량의 12%를 차지한다”며 “혼다, 도요타, 닛산, 폭스바겐 등이 5일간 공장 조업을 중단하면 약 15만대 규모의 생산 차질이 발생한다”고 전했다.
국내 기업의 피해 또한 표면화되고 있다. 쌍용자동차의 경우 중국 내 협력업체가 우한 폐렴 여파로 가동 중단에 들어가면서 국내 공장을 멈춰 세워야 할 판이다. 현대자동차는 베이징(北京), 충칭(重慶) 공장 재가동 시점 연기를 검토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은 각각 창저우(常州), 난징(南京) 공장 휴업을 9일까지 연장한다. 식품기업들인 농심과 오리온도 상하이, 심양 등 공장을 내달 2일까지 휴업 예정이다.
쑤저우에서 반도체, 디스플레이, 가전 공장을 운영 중인 삼성전자는 가전 라인만 세웠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는 1초만 멈춰도 손실이 크다”며 “중국이 산업 자체를 닫는 건 피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류종은 기자 rje3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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