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책] 케이틀린 도티 ‘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
사람은 언젠가 죽는다. 당연한 말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바꿔 보면 어떤가. 우리는 모두 언젠가 ‘시체’가 될 사람들이다. 목덜미가 서늘해지는가. 삶은, 그 여정이 어떠했든, 결말이 같다. 오직 죽음뿐. “브루스 윌리스가 귀신”이라는 사실을 알고서 영화 ‘식스센스’를 보면 덜 무섭듯, ‘날마다 죽어가고 있다’고 생각하며 산다면 죽음이 별 대수인가 싶을지도 모른다.
새 책 ‘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은 이 죽음을 주제로 다룬 흥미로운 에세이다. 20대 나이에 장의사가 된 저자는 화장터에서 일하며 죽음과 함께한 경험들을 유쾌하고도 신랄하게 묘사한다. 시신이 골고루 타도록 하는 노하우 소개, 부패한 시신에서 풍기는 냄새에 대한 묘사, 화장로에서 빠져 나온 재로 범벅이 되거나 시신의 지방이 녹아 내린 기름을 뒤집어 쓴 에피소드 등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 나온다.
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
케이틀린 도티 지음ㆍ임희근 옮김
반비 발행ㆍ360쪽ㆍ1만8000원
죽음이 만져지는 듯 생생한 경험담에는 죽음에 대한 사유가 녹아 있다. 시카고대에서 중세사를 전공한 저자는 역사와 종교, 문학을 넘나들며 죽음을 조망한다. 책을 다 읽은 뒤엔 100만 구독자를 보유한 저자의 유튜브 ‘장의사에게 물어보세요’를 방문해 봐도 좋겠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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