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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마스크를 쓰며

입력
2020.01.31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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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것은 다른 사람을 배제, 혐오하는 도구로 마스크가 쓰일 때다. 마스크에 가려 자신의 얼굴이 알려지지 않으니 악성 댓글이 늘어간다. 노골적인 표현으로 상대를 공격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안타까운 것은 다른 사람을 배제, 혐오하는 도구로 마스크가 쓰일 때다. 마스크에 가려 자신의 얼굴이 알려지지 않으니 악성 댓글이 늘어간다. 노골적인 표현으로 상대를 공격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다. 언론은 시시각각 속보를 전한다. 잠자고 일어나면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늘고 있다. 불안감도 커진다. 이럴 땐 사람이 모이는 곳은 피하고 싶은데 6개월 전에 예약된 딸의 정기검진이 있는 날이고 변경도 쉽지 않아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마스크라도 쓰고 나서면 좋겠는데 이사로 정신없는 와중에 준비한 것은 없다.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러 사려했더니 품절이라는 안내문구가 보인다. 별수 없이 손이라도 깨끗이 씻고 다시 자동차에 올랐다.

병원에 도착하니 여느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출입구에 열 감지 카메라가 있다. 마스크를 쓴 사람은 모니터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출입자를 확인한다. 그렇게 출입구를 지나 병원 안에 들어서니 테이프를 길게 두른 통제구역이 보인다. 직원들은 물론이고 방문자들도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다. 병원을 오가는 이들은 여전히 많지만 그 많은 사람들 모두 말이 없다. 대기실에서 한 시간 남짓 기다리는 동안 TV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뉴스가 계속 흘러나온다. 진료를 마치고 주차장으로 가는데 사람들로 꽉 들어찬 엘리베이터 안도 조용하기는 마찬가지다. 모두 마스크를 쓴 채 입을 꼭 다물고 있다. 조용한 것이 좋다가도 금세 불안하다. 이 마스크 행렬은 어떤 의미일까?

몇 년 사이 마스크를 쓰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미세먼지가 많은 날엔 아이들도 많이 쓰고 학교에 온다. 입술에 틴트를 바르거나 화장한 것을 감추려고 쓰는 아이도 있다. 시위대들이 얼굴을 가리기 위해 쓰기도 한다. 예전엔 주로 겨울날 방한용으로 쓰던 마스크였는데 요즘엔 철을 가리지 않고 예방, 미용, 보호의 의미로 세월 따라 마스크도 그 용도가 변해간다. 적절한 거리 두기, 가꾸기, 감추기로 자신의 가치를 키워가는 의미로 보면 이 모든 게 바람직하고 당연하다.

안타까운 것은 다른 사람을 배제, 혐오하는 도구로 마스크가 쓰일 때다. 마스크에 가려 자신의 얼굴이 알려지지 않으니 악성 댓글이 늘어간다. 노골적인 표현으로 상대를 공격한다. 특정 성별, 계층, 민족, 국가 구성원을 대놓고 혐오한다. 이 마스크가 여러 연예인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데이트폭력을 불렀다. 난민과 다문화가족을 터부시했다. 방학 동안 네팔로 교육봉사활동을 떠났다 눈사태를 만난 선생님들을 ‘세금 도둑’으로 몰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두고도 이런 움직임이 일고 있다. 중국인을 강제 출국시키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50만명이 넘게 동의했다. 우한에 거주하는 교민을 전세기를 동원해 국내로 이송해서 임시 거주 시키려고 하니 중장비와 농기계까지 동원해서 길을 막고 반대한다. 중국에 왜 마스크를 보내냐며 정부를 성토한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면 이들이 겪을 참담함이 어떨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런데 공포와 불안이 있다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궁지에 처한 이들을 이렇게까지 내몰면 이들은 어디로 간단 말인가.

같은 일을 겪으면서 달리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다. 불안과 공포를 이기고 교민을 데려오는 전세기에 대한항공 노조 임원이 승무원으로 자원했다. 악성 댓글에 맞서 ‘선플운동’을 펼친다. 교육봉사활동을 떠났다 참담한 사고를 당한 선생님들을 생각하며 소외계층에 연탄 배달 봉사활동을 하는 서울실천교사 소속 선생님들이 있다. 혐오 표현을 쏟아내는 이들과 마찬가지로 이들도 마스크를 쓰고 있다. 이 마스크를 보며 우리는 다시 사람을 생각한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우쭐댔지만 지금 우리는 마스크 하나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맞서야 한다. 그래도 마스크라도 써야 우리는 안도한다. 내가 쓰고 상대가 써야 바이러스를 더 잘 막을 수 있다고 느낀다. 이왕 마스크를 쓰려면 우리가 막고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것은 인간에 대한 혐오다.

정성식 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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