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피의자 조사를 받기 위해 30일 검찰 포토라인에 섰다. 지난해 윤석열 검찰총장이 없앤 포토라인이 4개월여만에 임 전 실장에 의해 부활한 것이다.
윤 총장은 지난해 10월 4일 문재인 대통령이 지시한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전국 검찰청에 조사 대상자의 공개소환을 전면 폐지할 것을 지시했다. ‘포토라인’으로 상징되는 공개소환이 재판을 통해 유죄가 입증되지 않은 피의자를 언론에 공개하면서 회복하기 어려운 기본권 침해를 야기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관계자 소환 등 수사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고, 취재 질서를 유지하는 차원에서도 검찰 포토라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만만치 않았다. 조사 대상자가 포토라인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힐 기회마저 박탈하는 불평등한 조치라는 비판도 일었다.
임 전 실장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 출석, 즉 포토라인에 설 것을 미리 예고했다. 피의자로 낙인찍히는 한이 있더라도 검찰 수사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실제로 이날 검찰 포토라인에 선 임 전 실장은 검찰 수사에 대해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기획됐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자신이) 울산시장 선거에 개입했다는 것을 검찰이 입증하지 못할 경우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항변하기도 했다. 공개 출두 결정에 대해 임 전 실장은 “비공개로 다녀오라는 만류가 있었지만 이번 사건의 모든 과정을 공개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임 전 실장은 이날 예고된 시간보다 조금 늦게 모습을 드러냈다. 유명 인사의 공개 출두가 이루어진 서울 중앙지검에는 취재진을 비롯해 임 전 실장을 보러 온 시민들로 가득했다. 서울중앙지검 앞에서는 구속을 촉구하는 시민단체의 소규모 집회도 열렸다. 청사 앞에서 대기하던 보수 지지자들이 “국민 앞에 고개를 숙여라”며 목청을 높이자 임 전 실장은 다소 멋쩍은 표정 지으며 소란이 진정되기를 기다리기도 했다.
이한호 기자 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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