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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2.0] “공감 능력ㆍ그림 솜씨 뛰어난 발달장애인… 정당한 대가 통해 자립하도록 도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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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2.0] “공감 능력ㆍ그림 솜씨 뛰어난 발달장애인… 정당한 대가 통해 자립하도록 도와야”

입력
2020.02.03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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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양 그레이프랩 대표와 직원들. 그레이프랩 직원 10명 가운데 6명이 발달장애인이다. 그레이프랩 제공
김민양 그레이프랩 대표와 직원들. 그레이프랩 직원 10명 가운데 6명이 발달장애인이다. 그레이프랩 제공

‘팔꿈치 사회’란 말이 있다.

강수돌 고려대 교수(경영학)는 이를 “옆 사람을 팔꿈치로 치며 앞만 보고 달려야 하는 치열한 경쟁사회”라고 했다. 피라미드 꼭대기에 올라서면 엄청난 특권이 주어지지만 바닥에 있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고통 받는 시대라는 얘기기도 하다.

김민양 그레이프랩 대표는 날로 빈부 격차가 심해지는 ‘피라미드식’ 경제모델의 대안으로 ‘포도송이 이론’을 제안한다.

독식해가며 몸집을 키우는 게 아니라 옆에 또 다른 송이가 달리며 같이 성장하는 포도송이 같은 구조를 만들자는 의미다. 그가 회사이름을 ‘그레이프랩(포도실험실)’으로 지은 것도 이런 이유다.

김 대표는 10년 전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기획한 장본인이다. 그는 당시 카카오에서 일할 때 포도송이 이론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지금이야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그 때만 해도 회사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 프로그램은 가벼워야 하는데 그림(이모티콘)이 들어가 무거워지면 전체 서비스에 악영향을 줄 거란 우려가 많았다.

김 대표는 이모티콘 디자인 제작에 강풀, 이말년 등의 웹툰 작가들을 끌어들였다. 소통에 능하고 유머 감각이 뛰어난 그들의 감각을 살리자는 의도였다. 그러나 큰 돈을 지급할 형편은 못 돼 수익이 나면 작가와 회사가 절반씩 나누기로 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카카오톡 이모티콘은 ‘대박’을 쳤고 웹툰 작가들의 인지도도 크게 올라갔다. 김 대표는 “서비스가 인기를 끌수록 카카오도 잘되고 작가도 잘되는 걸 보며 서로 나눠도 모두 풍요로워질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2012년 말 돌연 영국으로 떠났다. 4년 동안의 카카오 근무를 접고 상생 모델을 더 연구하기 위해 유학을 떠난 것이다. 그곳에서 지속 가능한 디자인을 전공하며 터키와 모로코 등 제3세계 지역을 찾아 장애인와 여성 등 사회적 약자들을 인터뷰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는 장애인들이 있는 시설 등에서 1년 넘게 미술 수업과 봉사활동을 하면서 그들을 면밀히 관찰했다. 김 대표는 이를 통해 발달장애인들이 개성 넘치는 그림 솜씨와 성실성, 남다른 공감능력을 지녔다는 걸 발견했다.

그는 “장애인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도와주려고만 하지만 직접 부대껴보니 어느 순간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가 모호해지더라”며 “도와줄 게 아니라 그들이 잘하는 점을 꺼내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그레이프랩은 김 대표를 제외하고 직원이 9명인데 이 중 6명이 발달장애인, 3명은 여성이다. “장애인이든 여성이든 사회적 약자들이 그들의 예술적 감각이나 기술로 사회에 기여하고 정당한 대가를 받아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다는 지속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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