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 판례 보니…
바레인 다녀온 1번 환자 놓친 정부
30번 환자에 1000만원 배상 확정
38번 환자는 인과 증명 못해 패소
게티이미지뱅크

중국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과 관련해 정부의 부실한 방역시스템이 도마에 오르고 있어 손해 배상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과거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때는 당국의 부실 대응과 감염의 인과관계만 입증된다면 배상을 받을 수 있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법원은 앞서 2015년 메르스에 감염된 30번 환자 이모씨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가 이씨에게 1,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지난해 3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재판부는 특히 메르스 첫 번째 감염자(1번 환자)에 대한 정부의 뒤늦은 진단검사와 평택성모병원에 대한 부실한 역학조사 등에 주목했다. 당시 정부는 1번 환자가 발병 전 14일 이내에 바레인을 다녀온 사실을 파악하고도 ‘메르스 발생 국가가 아니다’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1번 환자는 의심 증상이 당국에 신고된 지 이틀 만인 5월 20일에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소송 당사자인 30번 환자의 감염은 1번 환자에 대한 정부의 부실 대응이 낳은 결과로 드러났다. 정부는 1번 환자가 입원했던 평택성모병원에 대한 역학조사를 진행하면서 일상적 접촉자들을 조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바람에 병원 내 감염을 방치했다. 뒤늦게 평택성모병원에 입원했던 16번 환자(5월31일 확진)를 추적했지만 이미 16번 환자가 소송 당사자인 30번 환자에게 바이러스를 옮긴 뒤였다. 법원은 “1번 환자에 대한 정부의 진단과 역학조사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30번 환자와 16번 환자의 접촉은 차단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메르스에 감염돼 사망한 남모씨의 유가족이 제기한 국가 배상 소송에서도 법원은 유가족의 손을 들어줬다. 남씨는 16번 환자와 같은 병원, 같은 병실에 입원했다가 감염됐다. 이 사건에서도 법원은 당국의 부실한 대응을 질책하며 “정부가 제대로 조치했더라면 16번 환자와 남씨가 접촉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모든 피해자들이 승소한 것은 아니다. 메르스에 감염돼 사망한 38번 환자 유가족이 제기한 국가배상 소송은 지난해 3월 대법원에서 패소가 확정됐다. 16번 환자와 같은 병실에 입원했다 감염되긴 했지만 발병시기와 과정, 기저질환의 영향 등을 고려할 때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게 재판부 설명이다. 특히 다른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가 메르스에 감염될 경우 예후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정부의 진단이 지연돼 38번 환자가 사망에 이르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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