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발병한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자국민을 대피시키려는 각국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29일 오전 일본 정부 전세기가 일본인 206명을 태우고 도쿄 하네다 공항으로 도착하는가 하면 유럽연합(EU)도 항공기 2대를 동원해 EU 시민들을 유럽으로 귀환시킬 예정이다.
한국 정부도 30일 우한에 전세기를 띄워 귀국을 희망하는 국민들을 긴급 대피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피 대상은 우리 국민에만 한정될 뿐, 우리 국민의 중국인 배우자와 가족은 대피 대상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 일부에서는 논란이 생기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국인의 중국인 가족을 대피 대상에 넣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 학계의 주장이다. 내국민 보호와 달리 재외국민 보호는 외국의 영토 내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국제법 및 외국의 국내법 준수, 영토 주권 존중 등의 제한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2조 2항은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재외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대한민국 국적자에 한정해 보호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중국 정부가 우한 등 수 개 도시를 봉쇄 조치한 상황에서 외국 정부들이 자국민이 아닌 중국인 대피를 추진한다는 것은 중국 정부의 주권을 침해할 수 있는 소지가 있다. 중국 정부도 중국 국적자는 외국인의 가족이라고 하더라도 우한을 빠져나갈 수 없다는 방침을 세운 상태다.
우한에서 자국민 철수를 추진하거나 착수한 다른 국가들도 철수 대상은 시민권자(citizen)에 한정하고 있다. 29일 우한을 출발한 미국 전세기는 우한 주재 미국 총영사관 근무자와 그 미국인 가족들을 대피시키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앞서 2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는 소식통을 인용 “전세기에 자리가 남는다면 미국인이 아닌 사람들도 탑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지만 우한 거주 미국인의 수가 전세기 수용 인원을 넘는 만큼 립서비스에 그쳤다. 같은 날 오전 우한을 떠나 도쿄 하네다 공항으로 돌아온 일본 정부 전세기 탑승자는 일본인뿐이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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