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신종 코로나 불안하다고 중국인 혐오 조장해서야

이전기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사설] 신종 코로나 불안하다고 중국인 혐오 조장해서야

입력
2020.01.29 04:40
0 0

마스크를 쓴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27일 경복궁을 구경하고 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병을 이유로 중국인을 입국 금지하라는 청와대 청원에 동의하는 사람이 28일 50만명을 넘어섰다. 발병 시점 이후 입국 중국인을 강제 송환하라는 주장도 나오고, 우한 주재 한국인의 국내 이송을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 법규에 따른 조치임에도 국내 첫 확진자였던 중국 여성이 정부 지원으로 치료받는 것이 세금 낭비라는 비방도 나온다.

국내에서 확진자 4명이 발생한 터라 신종 코로나에 대해 느낄 불안감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그렇다고 중국인을 집단 발병자 취급해 근거도 없이 차별ᆞ배제ᆞ혐오하는 행태는 바람직하지 않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일본 인터넷에 한국인 입국 금지 주장이 떠돌았지만 반향을 얻지 못했던 기억이 새롭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질병 확산 대처 시 “위험에 상응하고 제한된 방식”으로 하며 “국제 이동을 불필요하게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권고한다. 검역ㆍ방역을 이유로 기본권을 침해하지 말라는 원칙을 천명한 것이다. 게다가 철저한 검역이 필요한 단계에서 무조건적인 입국 거부는 곧 감염병 대처 능력이 없음을 자인하는 꼴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분별없는 여론이 언론을 통해 조장되고 정치권을 통해 확산된다는 점이다. 중국인 입국 금지 청원을 전하는 한 방송은 SNS에서 ‘미세먼지에 이제 코로나까지 수출하는 중국’이라는 글을 덧붙였다. ‘국내 첫 우한 폐렴 확진 중국인 여성 치료비 정부 전액 부담’이라며 세금 낭비라는 인상을 주는 기사를 쓴 인터넷 뉴스도 있었다.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망각하고 혐오 감정에 편승해 클릭수나 올리려는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중국 여행객의 국내입국 금지”를 강구하라는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발언 역시 지나치다. 심지어 그 당 대변인을 지낸 한 의원은 “중국인이 무상 치료를 받기 위해 폐렴 발병을 숨기고 국내에 입국한다”는 근거 없는 낭설을 퍼뜨리는 것도 모자라 우한 지역 한국인 이송을 위한 전세기 파견에 “신중”하라고 하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과학적인 상황 분석과 철저한 검역ㆍ방역 체계 가동에 더해 그를 뒷받침할 높은 시민의식이지 과도한 불안이나 집단 혐오가 아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한국일보가 직접 편집한 뉴스 네이버엣도 보실 수 있습니다. 뉴스스탠드에서 구독하기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