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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수백명 응대하는데” 서비스직 노동자들 ‘우한 폐렴’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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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수백명 응대하는데” 서비스직 노동자들 ‘우한 폐렴’ 불안

입력
2020.01.28 16:25
수정
2020.01.29 09:2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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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관광객 많은 명동ㆍ남대문ㆍ강남 일대 가보니

관광업ㆍ금융계 종사자 등 “마스크 만으로는 불안해”

우한서 온 중국인 관광객들 서울시내 면세점 쇼핑 충격

서울 중구 식당에선 ‘중국인 출입금지’ 안내문 게시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 네 번째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 27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약국 앞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 네 번째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 27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약국 앞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관광객들이 많이 오는 곳이다 보니 마스크를 써도 불안하죠.”

28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커피전문점에서 만난 A씨는 개점 준비를 하면서도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평소 매장에 중국인 손님이 많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라서다. 이날 아침에도 개점 직후 카페에는 중국인 손님 10여명이 찾아와 자리를 잡았다. 일부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A씨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관광객이 많다”면서도 “말이 통하지 않아 예방법을 알려줄 수도 없고 답답할 노릇”이라고 말했다.

설 연휴가 끝나고 일터로 나선 관광업, 금융업 종사자 등 대면 서비스 노동자들의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이 즐겨 찾는 서울 명동이나 강남 일대 상가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우한 폐렴에 대한 불안을 호소했다. 설 연휴 때 우한에서 온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서울시내 면세점들을 잇따라 방문한 사실이 알려지며 감염 걱정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날 명동 인근의 한 호텔 관리자들은 이른 오전부터 로비 여기저기에 손 소독제를 비치하고 있었다. 우한 폐렴이 사람들 간 접촉에 의해 전파돼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해달라는 보건당국의 당부 때문이다. 호텔 관계자 B씨는 “호텔에 비치할 손 세정제를 추가로 구입하려 주위 약국 7곳에 문의했다”며 “재고가 없고 예약도 받지 않아 직접 가서 줄을 서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호텔은 우한 폐렴에 대한 걱정 때문에 숙박 일정을 취소할 경우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평소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남대문 시장 상인들도 혹시 모를 감염에 대비해 마스크를 끼고 손님을 맞고 있었다. 문구점을 운영하는 박모(57)씨는 “중국인 손님이 많다 보니 아무래도 걱정이 된다”며 “직원 6명 모두에게 마스크를 지급했다”고 말했다. 분식집을 운영하는 정해진(53)씨도 마스크를 착용한 채 “혹시 손님들이 우려할 수 있어 메르스 때보다 위생에 더 신경 쓴다”고 했다.

28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쇼핑을 하고 있다. 김현종 기자
28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쇼핑을 하고 있다. 김현종 기자

신종 코로나가 발생한 우한 단체 관광객이 다녀간 면세점은 초비상이다. 면세업계에 따르면 우한에서 온 중국인 관광객 10여 명은 지난 23일부터 3일간 서울의 면세점 여러 곳에서 쇼핑을 했다. 해당 면세점들은 이런 사실을 내부에 알리지 않았고, 당시는 마스크를 착용한 시기도 아니었다. 서울 강남구의 한 면세점에서 일하는 최모(28)씨는 “귀국 항공편이 막힌 우한 관광객들이 면세점을 찾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회사에서 준 마스크 이외에 자비로 멸균장갑을 사고 있다”고 면세점 분위기를 전했다.

은행 등에서 대면 업무를 할 수밖에 없는 직장인들도 걱정이 크긴 마찬가지다. 기업은행, 하나은행 등은 이날 직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은행원 손모(32)씨는 “다행히 27일 마스크 착용 지침이 내려와 지점 직원 모두 마스크를 쓰고 고객을 맞고 있다”며 “명절 다음 날은 고객이 많기 마련인데 오늘은 폐렴 때문인지 평소보다 훨씬 적다”고 말했다.

평소 중국인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선 ‘중국인 출입금지’라는 안내문까지 등장했다. 이날 페이스북 등 SNS에는 ‘중국인 출입금지’라는 한자 안내문이 붙은 중구의 한 쭈꾸미집 사진이 올랐다. 출입문에는 음식 사진과 함께 메뉴를 소개한 중국어 및 일본어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다수의 네티즌들은 우한 폐렴에 대한 공포증이 중국인 혐오로 확산하는 현상이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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