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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 먹는 중국 여성 영상' 확산… “인종혐오 노린 루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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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 먹는 중국 여성 영상' 확산… “인종혐오 노린 루머”

입력
2020.01.28 14:11
수정
2020.01.28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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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평양에서 박쥐 먹은 중국 여성 영상 확산

호주선 “중국인 많은 곳 가지 말라” 가짜 성명도 나돌아

'중국 여성이 박쥐를 먹고 있다'는 영상을 공유한 영국의 타블로이드지 데일리메일의 트위터. 실제 이 영상은 팔라우에서 찍힌 영상이다.
'중국 여성이 박쥐를 먹고 있다'는 영상을 공유한 영국의 타블로이드지 데일리메일의 트위터. 실제 이 영상은 팔라우에서 찍힌 영상이다.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관련 뉴스가 퍼지는 가운데, 영국의 타블로이드지 데일리메일과 러시아의 국제 영어 매체 RT 등은 중국 여성이 박쥐를 먹는 영상을 확산했다. 이에 수천명의 트위터 이용자들은 중국인들의 식문화가 서구보다 저질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실제 이 영상은 중국의 여행 전문 블로거 왕멍윈(汪夢云)이 남태평양에 있는 섬 국가 팔라우의 전통 음식 중 하나인 박쥐를 시식해 보는 모습이었다. 셰프와 해외여행객이 남태평양에서 박쥐를 먹는 모습은 서양 쪽 영상에서도 흔한 클리셰로 등장하며, 이국적 문화에 대한 호기심과 모험심을 자극하는 소재다. 국내에서도 TV조선 ‘남남북녀’등의 예능 방송에서 팔라우 여행 도중 출연진이 박쥐를 먹는 장면이 공개된 바 있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의 중국 전문 에디터 제임스 팔머는 ‘팔라우 박쥐’ 영상 사건을 들어 “서양 언론과 군중이 익숙하지 않은 식재료를 소재로 해묵은 ‘아시아인은 더럽다’는 인종주의적 고정관념을 꺼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한 폐렴을 두고 중국인의 식습관을 문제 삼는 행위가 공포와 인종주의를 확산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중국에서조차 ‘기이한 음식’에 대한 인기가 대중적이지 않고, 개나 뱀 같은 식재료도 ‘정력에 좋다’는 소문 때문에 일부 마초 성향의 남성들에게나 인기가 있다고 지적했다.

팔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출처가 야생동물에 대한 접근 때문에 발생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무엇을 먹느냐보다는 이를 다루는 위생의 문제이며, 중국의 많은 노동자들이 좋지 못한 위생 상황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뒤이어 “미국 역시 소 도축이나 가금류를 다루는 데 있어 비위생적인 상황이 여전히 지적되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식품에 대한 인종주의적인 비난을 늘어놓는 것보다 위생 개선을 위한 노력을 지지하는 것이 더 많은 변화를 부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캐나다 CBC뉴스는 지난해 7월 기사가 트위터를 통해 코로나바이러스 음모론에 인용되자 해명 기사를 내보냈다. CBC뉴스 트위터 캡처
캐나다 CBC뉴스는 지난해 7월 기사가 트위터를 통해 코로나바이러스 음모론에 인용되자 해명 기사를 내보냈다. CBC뉴스 트위터 캡처

미국 온라인매체 버즈피드는 ‘팔라우 박쥐’ 영상 외에도 우한 폐렴을 둘러싼 인종주의적 거짓 루머가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캐나다에서 중국계 과학자 2명이 추방됐다는 지난해 7월 캐나다 CBC방송의 기사가 트위터에서 “캐나다 연구소에서 바이러스를 훔쳐 우한의 국립생물안전성연구소로 달아났다”는 내용으로 변질되자 해당 보도를 한 CBC는 “떠도는 루머에는 전혀 근거가 없다”는 기사를 새로 내보냈다.

또 호주에서는 퀸즐랜드 주정부가 “호주 내 중국인이 다수 거주하는 지역으로 여행을 자제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는 괴문서가 온라인을 떠돌았다. 던컨 페그 퀸즐랜드 주의회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주 정부에 직접 문의했고 그런 사실이 없다는 답을 들었다”며 해당 루머가 “공동체를 해치려는 자들의 행동”이라고 밝혔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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