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 환자 강남 호텔ㆍ일산 식당 등 이용… 4번 환자도 의료기관 전전 
 무증상ㆍ해열제 입국에 또 뚫려… 文대통령 “우한서 입국자 전수조사”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 네번째 확진환자가 발생한 가운데 27일 오후 서울 경복궁을 찾은 관람객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연합뉴스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에서 폐렴 집단 발병사태를 일으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일명 우한 폐렴)의 국내 확진 환자들(3번째, 4번째)이 설 연휴 기간인 26일과 27일 잇따라 확인된 가운데 지역 사회에서 사람끼리 전염되는 이른바 ‘국내 전파’ 사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보건당국의 역학조사 결과 이들 3번, 4번 환자가 확진 판정이전 당국의 통제를 받지 않은 채 서울과 수도권의 호텔ㆍ병원ㆍ식당ㆍ번화가 등 다중이용시설을 두루 다니며 이용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두 환자 모두 입국 당시엔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던 ‘무증상자’여서 발열감시가 중심인 검역망을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들과 같은 ‘무증상자’의 입국→ 국내 발병 → 타인 감염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중국 정부가 26일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ㆍ사스)과 달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경우 무증상 상태인 잠복기에도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 있다고 공식 발표해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대유행의 재연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27일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에 따르면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환자는 모두 4명으로 늘었다. 이날 오전 확진 판정을 받은 4번 환자는 경기 평택시에 거주하는 55세 한국인 남성으로 우한시를 방문했다 20일 귀국했고 21일 지역 의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25일 고열(38도)과 근육통이 발생해 의료기관을 다시 찾았고 이때 보건소에 처음 신고 처리됐다. 26일 근육통이 악화돼 보건소가 선별진료한 결과 폐렴 진단을 내렸고, 같은 날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인 분당 서울대병원으로 격리됐다. 사실상 입국 후 엿새 가량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상태로 여러 의료기관을 다닌 셈이다.

우한에 거주하다 20일 귀국한 3번 환자 역시 입국 당시 증상이 없었고 25일 격리되기 전까지 닷새 동안 서울 시내 등 곳곳을 돌아다녔다. 22일 열감과 오한을 느꼈지만 몸살 감기로 생각하고 해열제를 복용한 후 서울 강남구 호텔(호텔뉴브)에 머물며 일상적인 활동을 했으며, 지인의 성형외과 치료에 두 차례 동행했고 서울과 고양시 일산 지역 음식점과 카페를 이용했다. 간헐적 기침과 가래증상이 나타나 25일 보건당국에 스스로 신고하고 격리되기까지 3번 환자가 접촉한 사람은 모두 74명으로 파악됐다.

3, 4번 환자 모두 무증상 상태로 입국 후 국내에서 발병해 공항 입국장 검역으로는 찾아낼 수 없는 사례여서 당국은 더욱 긴장하고 있다. 현재 국내로 들어오는 모든 항공편 탑승객에 대해 입국장에서 발열감시카메라를 활용, 체온을 측정하고 있지만 잠복기의 무증상자나 해열제를 먹은 환자는 찾아낼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제일재경망과 바이두(百度)가 바이두 지도 앱 사용자의 동선을 분석한 결과 10일부터 22일까지 우한시를 떠나 한국으로 향한 사람이 6,430명에 달한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보건 전문가들은 이들 가운데 섞여 있을 무증상 감염자들이 대부분 발병하는 2월 초순을 대규모 감염 확산의 고비로 보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국내 유입 환자가 많아지고 (이들과의) 접촉자가 늘어나면 (국내 전파) 가능성이 있다”라면서 “국내 감염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대 목표”라가 밝혔다.

이에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수준을 한층 강화해 무증상자로 인한 국내 전파를 차단하겠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는 27일 ‘중앙사고수습본부 제1차 회의’를 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지역사회 전파를 막기 위해 감염병 위기경보를 ‘주의’에서 ‘경계’로 높였다. 감염병 위기경보는 관심ㆍ주의ㆍ경계ㆍ심각 4단계로 이뤄져 있는데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도 ‘주의’ 발령에 그쳤다. ‘심각’ 발령도 2009년 신종 플루 사태가 마지막이었다.

먼저 확진환자와 접촉한 경우 이외의 우한시 입국자 가운데 이상증상을 호소한 100여명을 대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여부 전수조사가 이날부터 진행된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급 이상 참모들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책회의를 열고 “중국 우한 지역에서 입국한 사람들(6,000여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전수조사 규모, 절차 등 구체적인 부분은 관계부처 논의를 거쳐 조만간 확정될 전망이다.

28일 0시부터는 중국 전역이 검역 대상 오염지역으로 지정된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 입국하는 모든 여행객은 건강상태질문서를 작성해 입국 시 검역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환자 격리기준도 강화돼 후베이성 방문자는 발열 또는 호흡기 증상 가운데 하나만 확인되면 바로 의사환자로 분류해 격리조치된다. 후베이성 이외 중국 방문자에 대해서도 폐렴 진단을 받을 경우 조사대상 유증상자로 분류해 자가격리 등 격리조치한다. 질본은 국방부와 경찰청, 지자체로부터 검역인원 군의관 등 250여명을 지원받아 현장에 배치할 계획이다.

또 정부는 우한시에 발이 묶인 교민 철수를 위해 전세기를 투입하기로 했다. 우한시 정부 당국이 시외로 나가는 대중교통을 전면 통제하면서 현지에는 유학생과 주재원, 자영업자 등 교민 약 600명이 고립돼 있다. 전세기는 이르면 30일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후에는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관계장관회의가 열린다. 300명 이상을 태울 수 있는 대한항공 전세기 2대를 투입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충분한 역학조사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탓에 한국 보건당국이 대응조치 수준을 정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때문에 중국에서 먼저 정보가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 이를 참고해 단계적으로 대응조치를 정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예컨대 26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관계자가 현지 기자회견에서 “사스와 달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잠복기에도 전염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질본은 이러한 사실을 공식 통보 받지 못했다. 정 본부장은 “중국 당국이 브리핑한 걸 봤는데 아직 초기라 그 근거가 무엇이고 어떤 판단을 했는지 과학적으로 살펴보고 있다”면서 “중국 정부에도 판단 근거와 관련한 정보를 요청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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