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삼동 호텔서 3박4일 투숙… 식당·병원·한강공원 편의점 방문 
 일산 소재 음식점·카페도 이용… 전문가 “접촉자 더 있을 가능성” 
 대치동 학원가 학생 감염 걱정… 일산 맘카페 “식당 이름 공개를” 
27일 오후 지방에서 올라온 열차에서 내린 승객들이 마스크를 쓴 채 서울역 승강장에 들어서고 있다. 이한호 기자

“호텔, 편의점, 의원, 음식점 등을 마구 돌아다녔는데 접촉자가 74명뿐이라고요?”

질병관리본부가 27일 국내에서 세 번째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은 한국인 남성(54)의 이동 경로를 공개하자, 환자가 방문했던 호텔, 의원, 음식점, 카페 등이 있는 서울 강남구와 경기 고양시(일산 포함) 주민들이 공포에 휩싸였다. 환자가 25일 보건당국에 병증 신고를 하기 전까지(21~24일) 서울 강남과 일산 일대를 무방비 상태에서 활보한 사실이 모두 드러났기 때문이다.

 
 ◇학원 밀집 대치동 주민 “학생 감염될까 걱정” 

서울 강남구 주민들의 불안은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질본에 따르면 환자는 22, 24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소재 병원(글로비성형외과)을 지인과 방문했고, 음식점과 술집, 오피스 건물이 밀집한 강남구 역삼동 호텔(호텔뉴브)에 3박4일(21~24일)간 투숙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환자가 대치동과 역삼동 근처 음식점을 방문하고 한강시민공원 편의점을 이용했다는 발표가 나자 학원이 밀집한 인근 주민들은 “중ㆍ고등학생은 물론 초등학생까지 끼니를 해결하려 편의점, 음식점을 이용하는 게 현실”이라며 “만약 학생들 사이 유사증상이 보이면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세번째 우한 폐렴 확진자 입국 후 이동 경로. 그래픽=신동준 기자

중학교 2학년, 초등학교 4학년 딸을 키우는 주부 강모(47)씨는 “연휴기간에 설날만 제외하고 아이들이 학원에 다녀왔다”라며 “친구들과 학원이 끝난 후 편의점, 패스트푸드점 등을 갔는데 걱정이다”고 말했다. 강씨는 “확진 환자가 투숙했던 호텔이 음식점과 술집 밀집지역인 선릉역 근처로 알려지자 부모들이 ‘큰일 났다’며 집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아이들을 다그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임성호 하늘교육대표는 “세 번째 환자가 대치동을 활보했다는 기사가 나온 후 수험생, 재수생, 학부모들 사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어제부터 대치동 학원가에서 학생 안전을 위해 대형 강의실 입실 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입시가 끝난 겨울에 발생해 그나마 다행”이라며 “메르스는 수시모집 직전에 발생해 입학 설명회 일정 등을 재조정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서초구 잠원동에 거주하는 이모(70)씨는 “나 같은 늙은이는 면역력이 약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큰 일이 난다”며 “날씨가 춥지 않아 한강변에서 산책을 즐겼는데 환자가 한강변 편의점을 이용했다는 소리를 듣고 당분간 나가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세 번째 확진자가 경기 고양시 일부 지역을 돌아다닌 사실이 알려지면서 고양ㆍ일산 지역도 공포감에 휩싸였다. 질본에 따르면 이 환자는 24일 점심쯤 강남에서 일산으로 이동해 오후 일산 소재 음식점ㆍ카페 등을 이용한 후 저녁부터 일산 모친 자택에 체류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일산지역 맘카페 등에서는 ‘음식점 이름을 공개해야 한다’ ‘동선을 알려 달라’는 글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심지어 ‘세 번째 확진자가 일산 OOOO에 다녀갔다’ 등 가짜 뉴스까지 등장해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2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한 인터넷 카페에는 “아, 설마 했는데 우리지역에서 체류한다고 합니다”, “이러다 아이 어린이 집 보내는 것도 망설여지게 될까 걱정 된다”고 우려하는 이들의 글이 올라왔다.

27일 강남구보건소 관계자들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3번째 확진자가 다녀간 서울 강남구의 한 식당에서 역학조사 및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누가 어디서, 어떻게 감염됐을지 몰라” 

감염 전문가들은 질본이 밝힌 74명 외에 접촉자가 더 있을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 환자가 이동 시 호흡기 증상을 보였다면 (음식점 등의) 손잡이, 식탁, 의자 등 표면 환경에 바이러스가 몇 시간, 며칠 동안 잠복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누군가 환자가 사용한 집기를 만질 경우 바이러스에 감염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2003년 홍콩의 한 호텔에서 번져 나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ㆍ사스)처럼 환자가 쏟아 낸 비말 입자에 감염된 환자가 이들 지역에서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수많은 사람이 대치동, 일산 지역 식당, 카페, 호텔, 의원, 교통수단 등에서 세 번째 환자와 접촉했을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바이러스는 비말에 의해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파악되지 않은 접촉자 중 감염자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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