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북한의 ‘새로운 전략무기’ 위협 속에서 장기전에 대비하는 ‘인내 외교’를 표방하고 나섰다. 북한의 도발 위협에 끌려다니지 않고 제재 강화로 비핵화 결단을 압박하겠다는 취지다. 남북 협력사업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한국 정부의 방침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어서 향후 한미 간 대북정책 조율 과정에서 불협화음도 예상된다.

‘인내 외교’는 최근 미 당국자들이 북한과의 협상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잇따라 언급됐다. 국무부 고위당국자는 지난 22일(현지시간) 북한과의 협상을 “느리고 꾸준하며 인내하는 외교”라고 규정한 뒤 “동맹 및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이행하고 압박을 지속한다는 우리의 입장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북한이 협상장에 나와서 대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24일 한 세미나에서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과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 “과거 대북외교는 성과를 내기 위한 조급함 때문에 먼저 북한에 손을 내밀며 우리 입장을 포기했다”며 “우리는 우리의 입장을 고수하면서 미북 간 합의사항을 지키고 북한에도 이를 준수하라고 촉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인내 외교’가 대북제재로 북한을 옥죄어 비핵화 결단을 압박하겠다는 기존 압박 정책의 연장선에 있음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6ㆍ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대북 문제에 대해 “서두르지 않는다”는 언급을 반복해왔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2018년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인내 외교’라는 표현을 사용한 바 있다.

‘최대 압박’을 표방했던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과 유사해졌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제기되지만, 당시에 비해 유엔 대북제재의 수위가 한층 강화된 점은 뚜렷한 차이다. 대북 압박 수단이 없던 오바마 정부는 결과적으로 북한 문제를 방치함으로써 핵개발로 이어지게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반면 트럼프 정부는 북한 문제를 최우선 외교 과제로 두되 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북한의 공세에 타협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외교노선을 고수하고 있다. 군사적으로 북한을 타격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외교적 해법을 견지하되 대북 매파 성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이 같은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에 대해 거센 불만을 표출해온 만큼 이른 시일 내에 북미 간 협상 재개의 공간이 마련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문재인 정부가 북미 비핵화 협상을 촉진하기 위해 남북 협력사업에 의욕을 보이지만, 대북제재 위반 여부를 두고서 한미 간 마찰 가능성도 없지 않다. 실제 미 공화당은 한국 정부의 구상에 대해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게 만드는 노력을 훼손해선 안된다”(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는 어깃장을 공공연하게 표출하고 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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